대한의사협회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해를 맞아 의료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협 회관을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두번째이다.
문 장관은 노환규 의협회장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원격의료와 투자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있는 것을 다 안다"며 "하지만 그 우려는 정책의 취지를 잘못 알아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불편한 장애인이나 어른들이나 의료 이용이 불편한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를 대체 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을 하며, 또 동네 의원이 원격의료를 할 경우 대면 진료에 준하는 수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축사를 통해 "국민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발전적인 방안 도출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료계 현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 의료계, 그리고 가입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의사협회에서 예고한 집단휴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의료계도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조속히 대화에 참여하여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노환규 의협 회장은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와 함께 원격의료 도입, 병원의 자회사 허용 등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비판했다.
노 회장은 "1977년 탄생 돼 지난 37년 간 국민 건강을 지켜온 건강보험제도는 이제 그 수명을 다 했다"며 "원가 이하의 낮은 건보수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왔지만 이젠 의사들의 희생도, 의사들이 만든 편법도, 그리고 의사들의 인내마저도 모두 바닥 나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노 회장은 "원격의료 논란과 잘못 설계된 건보제도의 구조적 문제는 신뢰 회복과 의료계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며 "그런 이유로 지금 의료계는 대규모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투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서 "핸드폰 진료 종용 등으로 인해 의료 제도가 부서지고 짓밟혀 의료의 가치가 잊혀진다면 다시는 바로 세울 수 없다"고 강경 의사를 내비쳤다.
의협이 오는 11일 대규모 파업 출정식을 열기로 한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의사협회를 방문해 대화에 나선 것은 명분을 쌓고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