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조사를 나오자 삼성측 직원들이 핵심자료들을 빼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혔다.(화면캡쳐)
검찰이 삼성전자와 LG전자, SK C&C 등 대기업 3곳의 임직원들이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방해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재수사에 들어간다.
서울고검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SK C&C 등 임직원 13명이 공정거래위 조사를 방해한 시민단체의 항고사건에 대해 수사를 다시 하도록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관련 대기업들의 공정위 조사 방해에 대한 진상과 관련자 처벌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재기수사명령은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항고를 받은 고등검찰청이 더 수사해보라는 지시로,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애초 불기소 처분을 한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수사를 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법리로만 무혐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임직원 소환 등을 통해 다시 조사하라는 의미에서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관련 임직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실질적인 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기수사명령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다시 배당해 △공정위 조사관 출입을 막은 사람이 누구인지 △이런 행위가 업무집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고의적인 자료 폐기나 삭제가 있었는지 등을 다시 수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무혐의 처분 과정에서 검찰 안팎에서 부당한 '외압'이 이뤄져 관련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는 지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공정위는 자체조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4억원, SK C&C에 2억9천만원, LG전자에 8천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고발 사건(2012년 11월)에 대해 지난해 7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불복하고 한달 뒤인 지난해 8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이들 대기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정부의 조사행위를 방해하고 공권력을 무력화시킨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재발 방지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공정위 조사 방해' 임직원 처벌 약속했지만, 해당 임원은 고속 승진
삼성전자가 2012년 공정위로부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을 부과 받은 직후, 김순택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법과 윤리를 위반한 임직원에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당시 사태에 진노하면서 관련 임직원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공정위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상습적' '역대 최고'라는 표현을 쓰며, 삼성 계열사의 6차례 공정위 조사 방해사건 가운데 3번을 삼성전자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임직원들이 잇달아 승진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인사에서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불공정 행위 조사를 나갔을 당시 조사를 방해해 물의를 빚었던 박학규(49)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이었던 박 전무는 임직원들을 동원해 조사관들의 출입을 막고 증거 자료를 폐기, '국가 공권력도 무시하는 무소불위의 삼성'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검찰 관계자는 재기 수사명령에 배경에 대해 "서울 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법리적으로만 따져 무혐의를 결정을 내리고 '증거인멸과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는 관련 임직원들을 소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공권력 수행을 못하도록 막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지연행위를 했으며 어떻게 지연시켰는지에 대한 진상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1년 3월 수원사업장을 찾은 공정위 조사관은 '사전 약속'이 없었다는 이유로 임직원에게 출입이 막혔다. 당시 공정위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던 차였다.
조사관들은 경찰을 부르는 소동을 겪은 후에야 가까스로 사무실에 들어갔지만, 이미 관련 자료는 어디론가 사라졌거나 폐기된 뒤였고 핵심 담당자도 잠적한 상태였다. 일부 임직원은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