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미군을 중심으로 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철수가 완료되는 것과 때를 맞춰 아프간 1번 고속도로 전투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미국 일간신문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NYT는 르포기사를 통해 수도 카불 남서부와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전장 2천92㎞의 1번 고속도로는 통신과 상업의 동맥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중요한 요충지로, 이곳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전세 판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라고 전했다.
특히 카불을 따라 촘촘히 이어진 순환형 도로인 1번 고속도로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인 전투 결과는 나토군 철군 이후 아프간 정부군의 전투 역량을 가늠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도로를 나토군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개량한 1번 고속도로의 경비 관할권은 아프간군 203군단 예하 4여단의 몫이다.
특히 여단 산하 4대대 병사들은 순찰 경찰관처럼 곳곳에 매설된 폭발물과 저격수의 위협은 물론이고 사소한 분쟁과 교통사고 등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가운데 하나를 순찰한다.
4대대 소속 폭발물처리반(EOD)은 저격수의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이날 하루 15번째의 폭발물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근에서는 일부 병사들이 동네 시장 천막을 방패 삼아 몸을 숨기지만, 다른 병사들은 저격수의 은신지로 확신하는 진흙집을 향해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적군이 은신한 마을을 향해 107㎜ 로켓이 불을 뿜고 날아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로켓이 화염과 함께 하늘로 치솟자 정부군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병사들은 로켓이 마을을 지나 몇 킬로 뒤 위쪽의 산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남은 로켓을 몇 발 더 발사하고 나서 트럭으로 돌아와 사과를 먹는 등 휴식을 취했다.
1번 고속도로를 둘러싼 전투의 핵심은 와르다크 주 외곽. 반군 밀집지인 이곳에는 카불로 진입하거나 빠져나오는 상단과 여행자들을 상대로 수시로 과감한 기습이 이루어지거나 지뢰와 급조폭탄이 폭발해 인명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와르다크 동쪽 외곽에서 1번 고속도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남서쪽으로 간지 지역으로 연결된다.
산악과 농토의 모서리 부분에 있는 마을들은 반군에게는 통과하는 차량 대열이나 정부군 검문소를 괴롭히기에 유리하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 전에는 네르크 지역의 한 전초기지도 총격을 받았다.
4대대 병사들은 다시 이번 총격전의 시발점인 차가르 마을을 분산 포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1개 중대가 치열한 총격 세례를 받았다.
이 마을을 둘러싼 15m 높이의 거대한 중세풍 벽이 병사들에게는 불안한 지형물로 보였다.
마을을 대충 수색한 병사들은 이슬람교 사원에 들어가 확성기를 통해 마을 원로들이 반드시 모임에 나오도록 지시했다.
빗속에서도 하는 수없이 모습을 드러낸 원로들은 누가 총을 발사한 지는 모르고 다만 총소리만 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다오우드 6대대장(중령)은 이런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 밖에서 병사들과 다시 합류한 그는 산비탈에 있는 국기에 덮인 한 쌍의 사당을 지목하면서, "이곳 출신 탈레반 지도자들의 무덤"이라고 설명했다.
샤하부딘이라는 인근 마을에서는 농부가 병사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집안으로 안내했다.
보복을 두려워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는 탈레반과 정부군 양측의 괴롭힘을 당한 시절을 회고하면서,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평화만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노력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지속할 수 있을지다
그러나 평화는 어려운 주문이다. 정부군은 거의 매시간 1번 고속도로를 통행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고속도로 주위에 일정한 질서 유치책을 부과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한적인 자원을 가진 아프간 정부군은 무엇을 확보할지 결정해야 한다.
타크 주에서 몇 킬로만 외곽으로 나가면 무인지대나 마찬가지다.
주 공무원 대부분이 카불에 거주하며, 외관상 유일한 법원은 탈레반이 운영한다.
정부군은 반군 용의자들을 체포해 중앙정부에 이관하지만, 용의자들은 며칠도 안 돼 풀려난다.
현장 군 지휘관들의 실망은 이만저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