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측 로펌이 애플과 노키아 사이의 특허계약 대외비 자료 내용을 유출해 문제가 된 후, 애플이 똑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한동안 실수로 공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이 사실을 미국 법원에 지적함에 따라, 올해 1월 하순 법원이 삼성 측 로펌에 대외비 자료 유출의 책임을 물어 내렸던 제재가 완화될 공산이 커졌다.
또 애플이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사례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삼성이 오히려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 따르면 이 법원의 폴 그루얼 판사는 4월 8일 삼성과 애플 양측이 출석한 가운데 이 문제에 관한 양측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퀸 이매뉴얼 어쿼하트 앤드 설리번(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 LLP, 이하 퀸 이매뉴얼)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0월 10일 노키아·NEC와 맺은 특허 라이선스 대외비 계약의 내용을 포함한 문건을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공개시스템(PACER)에 올렸다.
이 문건은 약 4개월간 공개돼 누구나 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또 애플이 PACER에 공개했던 문건을 노키아 측도 받아 봤으나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애플은 이후 내부 검토 과정에서 이를 알게 돼 올해 2월 11일 삼성전자와 퀸 이매뉴얼 등에 이런 사실을 통보했으며, 관련 내용 삭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측은 미국 소송 절차에 따라 상세한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애플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법원에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애플 측이 대외비 문서를 실수로 PACER에 노출해 비밀 보호 조항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또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작년 11월 5일 삼성·구글과 맺은 대외비 계약의 내용을, 같은 달 19일에는 삼성,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노벨의 대외비 계약 내용을 PACER에 공개했다.
퀸 이매뉴얼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삼성이 실수로 저지른 정보 노출에 대해 애플과 삼성이 '초토화 작전'으로 맞서면서 거액의 비용 배상을 요구했으나, 이런 태도와 대조적으로 애플은 이 정보를 인터넷에 게시해 세상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했고 노키아도 이를 알아차리기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퀸 이매뉴얼은 이를 근거로 배상액 감액 조치를 요청했다.
또 애플 측이 다른 회사들과의 대외비 계약 내용을 PACER에 공개한 데 대해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비용 청구 등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애플 측이 삼성전자의 실수를 심각하게 문제로 삼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애플을 상대로 똑같은 방식으로 역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퀸 이매뉴얼은 지난 2012년 변호사들만 볼 수 있도록 돼 있던 애플과 노키아의 대외비 특허계약 내용을 읽은 뒤 이를 이메일로 삼성 임직원들에게 유출했으며,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임직원 약 200명이 이를 봤다.
당시 삼성 측 변호인들은 미국 소송법상 증거 개시(開示·discovery) 절차를 통해 애플 측 자료를 볼 수 있었으나,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소송 외의 다른 목적에 쓰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