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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박근혜 대통령은 왜 법관을 좋아하나?"



대통령실

    [Why뉴스]"박근혜 대통령은 왜 법관을 좋아하나?"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줄서기를 강요하려는 의도?"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내정했다. 지난해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한 이후 또다시 현직 법관을 행정부 고위관료로 지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를 중심으로 현직 법관을 행정부 고위관료로 지명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판사출신을 좋아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방송통신위원장에 현직 법관을 지명한건 아주 이례적인 일 아니냐?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진=방통위 제공

     

    =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처음부터 하마평에 거론된 적이 전혀 없을 정도다.

    3기 방통위원장은 지난주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연임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인 출신이거나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가 위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여러 명의 명단이 나돌았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도 최성준 부장판사의 방통위원장 내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다. 법조계 여러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열흘전인 지난 7일 Why뉴스를 하면서 인물난으로 인해 법조인으로까지 후보군을 넓히고 있다는 얘길 했었는데 그 전망이 사실이 된 것이다.([Why뉴스]"KBS는 왜 수신료 인상방안에 반대하나?")

    미래전략수석실에서는 정보통신분야나 방송분야 전문가 위주로 위원장 후보를 추천했지만 검증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법조인 중에서 후보를 찾다가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전문성과 경험도 갖췄을 뿐 아니라 법원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성품이 곧아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를 판사 재직 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여 발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고위법관을 행정부 고위관료로 임용하는 게 문제가 있는 건가?

    =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볼 때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IT관련법을 연구해왔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허법원 창립멤버로 지적재산권분야에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세 차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던 만큼 인사검증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원 안팎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최성준 내정자에 대해 '훌륭한 법관'이라며 칭찬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건 최성준 내정자 개인에 대한 평가이다.

    문제는 현직 고위법관 신분에서 행정부 고위직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법원 내에서는 물론 검찰이나 변호사업계, 헌법학자들 대부분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직으로 임명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법원 내부에서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현직 중견법관은 "후보자들의 능력이나 자질이 되니까 임용을 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법관의 행정부 고위관료 임용이 하나의 패턴처럼 될 경우에는 판사가 재판할 때 행정부를 감싼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의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견판사는 "청와대에서 법관을 고위관료로 임명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면 법원 내에서도 판결에 오해를 산다거나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관들도 "판사는 법관으로서 평생을 보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아니더라도 행정부 고위직으로 갈 수 있다면 결국에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 안에서는 심지어 "이러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산하 조직이 되는 거 아니냐?"는 한탄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학자인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법관들이 판사직을 평생 마지막 공직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행정부 고위직으로 발탁 기용될 경우 정부나 정권의 눈치를 보는 판결을 내릴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말한 뒤 "3권 분립의 원리는 '견제와 균형'인데 이것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현직법관의 행정부 고위직 임용은 법원의 선후배 법관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새로운 전관예우'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관련된 판결을 할 경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 교수는 특히 "대통령이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관료로 임용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정신이나 헌법정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결과"라면서 "법관들이 판사로서 사법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연세대 김종철 교수는 "헌법상 3권 분립(권력분립)에 반한다고 하거나 위법 또는 위헌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를 하면서도 "법관의 행정부 고위직 임용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사법부가 독립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청와대가 법관을 고위직으로 임용하면 사법부가 행정부와 관련된 인적인 네트워킹이 있다고 믿을 수 있으며, 고위직으로 임용되기를 기대하는 법관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거나 친정부적인 판단을 유인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중견 법조인은 "현직법관의 행정부 고위관료 임용은 심각한 일"이라고 단정했다. 이 법조인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인사독립이 중요한데 판사를 마음대로 뽑아 쓰면 인적독립을 할 수 없다"면서 "법관이 다른 곳(행정부 고위관료)으로 갈 수 있다고 여기면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직법관을 행정부 고위직으로 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는 나에게 줄을 서라고 하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법원이 그동안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려고 애써왔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벽이 흔들리지 않을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현직 판사를 고위공직자로 임용하는 것이 어떻게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일이냐?

    = 무슨 얘기냐 하면,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성준 고등부장판사의 경우 춘천지법원장을 지낸 법원장급 인사다. 행정부의 직급으로는 같은 차관급이지만 법원 내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법원장으로 가는 건 승진으로 본다. 그런데 평생법관제도의 취지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로 돌아온 지 한 달여 만에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황찬현 감사원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성준 내정자는 춘천지법원장 재직 때인 2012년 6월과 9월, 2014년 1월 등 세 차례 대법관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대법관으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도 이제는 대법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으로 발탁됐고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법관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아니면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평생법관의 길을 가야하는데 행정부 고위관료라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할 때 법원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에게 "알아서 잘하면 출세시켜 줄게"라는 사인을 보낸 것 아니냐는 그런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는데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으로 이런 사인이 노골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법관이 퇴직 후에 다른 길(변호사 또는 교수 등)을 가다가 가는 것과 현직법관이 행정부로 바로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면서 "자리를 바로 옮기는 일이 선례가 쌓이면 현직법관들이 이를 인사의 한 분야로 생각하게 되고 따라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법조인은 "현직법관을 고위직으로 임명하는 건 사법부 독립의 벽을 허물기 위해 독립성의 벽돌을 한 장씩 빼는 것과 같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법관의 고위직 임명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청와대가 행정부 관료로 임용을 할 거면 사표를 내게 한 뒤 임용을 해도 될 것인데 현직신분에서 곧바로 발표하는 건 법관들로 하여금 청와대의 눈치를 보게 만들기 위한 것이고 이를 계기로 줄을 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법관들이 거부하면 되는 일 아니냐?

    = 물론 개인적으로 거절하는 양심 있는 고위법관들도 있고 묵묵히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일하는 법관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할 때 차한성 대법관에게 먼저 오퍼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법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차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공직임기를 마치겠다며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야 사법부의 독립이 굳건해지는 것이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정부시절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6년의 대법관 임기 중 절반 정도만 채운 뒤 감사원장 제의를 덥석 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4년 임기의 감사원장도 2년만 한 뒤 국무총리로 갔다. 법관출신으로 법을 누구보다 지켜야 할 사람인데 고위직을 제의하면 임기 중인데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지만 사법부의 독립측면에서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이렇게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제의를 거절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 문제다. 따라서 법관 개인에게 판단하라고 할 일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청와대에서는 인재풀을 넓게 쓰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가 법관들 중에서 인재를 뽑아 쓴다는 이유로 법관을 발탁할 경우 사법부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법원에서 인재를 빼내갈 경우 결국에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같은 민감한 사건의 판결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왜 판사출신을 중용하는 거냐?

    자료사진

     

    =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알지 못하니까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청와대나 법원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첫 번째는 인재풀이 많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검증된 엘리트 집단이고 그 중에서 관련분야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법관을 발탁하는 것이다.

    판사 출신의 중견 법조인은 "판사는 재판을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들이 많아지면서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면서 "최성준 내정자는 특허나 지적재산권 분야에 특화돼 있고, 황찬현 감사원장도 전산전문가"라고 진단했다.

    사법부에 인재풀이 많다는 건 역으로 청와대 인재풀이 모자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최성준 내정을 보고 박 대통령이 수첩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고려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에 의존한 인사를 하다가 청문회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법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공직자보다는 청렴도에서 별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최성준 내정자의 경우 세 차례나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던 만큼 인사검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 번째는 판사라는 직업이 보수적이고 체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실정법을 적용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틀을 그대로 따라하는데 익숙하다는 얘기다. 유신시절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났지만 법관들은 긴급조치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지금은 다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긴급조치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한 법조인은 "판사들이 모범생들이다보니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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