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초에 도시가스 요금 연체료를 크게 낮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알고보니 하루만 밀려도 1년치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하는커녕 연체 첫날의 경우 지난해보다 365배, 730%p에 이르는 연간 이자를 물리고 있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제기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54) 씨는 최근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2월 사용분 30여만원에 대한 가산금이 무려 7400원 넘게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납기일인 이달 10일을 넘겨서 붙은 연체수수료인데, 불과 두 달전만 해도 많아야 20원가량 붙었을 거라는 게 이 씨의 얘기다.
이 씨는 "한 달 가스 요금이 10만 원이면 지금까지는 연체시 하루에 5원 49전가량의 가산료가 붙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첫날 바로 2000원이 붙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속사정은 이렇다. 지난해까지는 연체된 요금의 2%를 매년 5번에 걸쳐, 최대 10%까지 수수료로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연간 두 번, 최대 4%까지로 낮췄다는 게 서울시와 민간 공급업체들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도시가스는 현재 5개의 업체가 공급을 맡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사들인 천연가스에 5% 이윤을 붙여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즉 가스요금은 95%의 도매요금과 5%의 소매요금으로 구성된 셈이다.
A업체 관계자는 "시민 이익을 크게 해주기 위해 2%씩 두 번으로 줄인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한번 피해를 보는 경우가 일부 있긴 하지만, 서울시도 거시적 관점에서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할'에서 '월할'로 바뀐 계산 방식이다. 올들어 '월 단위'로 가산료를 매기다보니, 깜빡 잊고 하루만 연체한 사람도 1년치 이자를 몽땅 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
가령 10만원의 요금을 연체했다면, '일 단위' 방식에서는 매일 5원 49전씩 수수료가 붙지만 '월 단위' 방식에서는 첫날부터 한 달째까지 무조건 2000원이 부과된다.
장기 연체중인 최저생계소득자에겐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서울시와 가스업체들의 얘기다. 하지만 요금을 두 달만 밀려도 가스를 끊는 게 현실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민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방식이다.
당국도 이런 모순을 시인하면서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힐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스업체 편의를 봐주기 위해 초단기 연체자를 과도하게 제재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저생계소득자 보호와 단순화를 통한 시민 편익 제공이 도입 목적이지만, 불편을 받는 시민들이 상당수 발생한 것도 사실"이라며 "연체료 발생 현황 등을 비교 검토해 개선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