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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르는데 민감국가라니"…미국과 협업하던 과학자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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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르는데 민감국가라니"…미국과 협업하던 과학자들 '멘붕'

지정 사유조차 파악 못 한 정부…연구계‧학계 위기의식 확산
제재 현실성 떨어진단 평가도…유상임‧안덕근‧조태열 장관 訪美

미국 에너지부 건물. 연합뉴스미국 에너지부 건물.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민감국가‧SCL)'에 추가한 것이 공식 확인되면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빨간불이 들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민감국가‧SCL로 지정되면 양국의 원자력,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관련 다양한 교류는 미국 정부 차원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형식을 통해 제한될 수 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단행된 이러한 결정을 우리나라가 뒤늦게 파악한 탓에 당장 다음달 15일 예정된 조치 발효를 막을 수 있겠냐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 "한미 과학기술 협력 문제없다"지만…사실상 교류 위축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17일 "미국 에너지부(DOE)의 내부 조치로 이해하고 있으며,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으로부터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 상황이나 관련 의지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확인했다"며 "미국 측 조치의 원인과 이에 따른 영향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측의 원론적인 입장에 희망을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연구기관과 학계에선 특히나 DOE 지침에 당장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산하 연구기관, 나아가 민간 영역 교류에 관해서도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다.
 
과학기술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당장 미국 내 해당 기관을 방문할 때 미국 정부 측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할 텐데 구체적인 승인 대상의 범위, 절차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양국 연구‧학계의 자율적인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 류성호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여러 과학‧기술 교류와 방문이 까다로워질 수 있고, 특히나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는 과학자들의 입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과학기술 분야 신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공동 연구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에 의해 (우리 연구자가) 45일 전에 미리 신고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나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제재'로 비화할까…관계 부처 수장들, 뒤늦은 미국行

 미국의 에너지, 핵 안보와 관련된 정책을 맡는 DOE 산하의 17개 국립연구소는 인공지능(AI), 원자력, 양자 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요 협력 대상이다.
 
당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아르곤 국립연구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이 실질적인 '제재'를 실행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협력을 진행 중인 한 출연연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이번 조치는 '경고성'일 가능성이 있고, 실질적인 제재나 양국 협력을 제한하는 형태로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여전히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인 만큼, 학계와 연구계 현장에선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유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수장들은 미국을 방문해 원인 파악과 사태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부처 산하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 지침이 발효되지 않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며 "정부의 사실 확인과 고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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