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3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오판했고 이로 인해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NYT는 "지난 15년간 푸틴은 미국 대통령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며 "미국 대통령들은 푸틴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오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푸틴을 경험한 첫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클린턴은 재임시절 대부분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과 겹치기 때문에 2000년 대통령이 된 푸틴과 직접 교류한 시간은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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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푸틴을 차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옐친이 직접 고른 후임자인 만큼 푸틴이 강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일 거라고 예상했다.
클린턴은 회고록에 "옐친이 격변하는 러시아의 정치·경제를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기량과 능력을 가진 후임자를 골랐다고 믿었다"고 밝히는가 하면 푸틴을 "러시아를 단결시킬만한 강인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그러면서도 푸틴이 체첸 공화국에서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독립 언론들을 탄압하는 것을 우려하며 옐친에게 푸틴을 잘 지켜보라고 이야기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푸틴을 테러와의 전쟁에서 함께할 파트너로 삼길 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푸틴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부시는 임기 초반에 미국과 러시아의 오래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애썼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와 텍사스 목장으로 푸틴을 초청해 환심을 사려고 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뒤 부시와 처음 통화한 외국정상도 푸틴이었다.
푸틴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작전기지로서 중앙아시아에 미국군 주둔을 허용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호의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양국은 이라크 전쟁 등을 거치며 긴장관계에 접어들었고 부시의 두 번째 임기를 맞으면서는 러시아의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놓고 두 정상 간 언쟁이 벌어졌다.
부시는 2006년 외국 정상들에게 푸틴을 설득하는 것에 대해 희망을 잃고 있다며 "푸틴이 더 이상 민주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 그는 황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국 관계는 2008년 봄 부시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욱 악화됐다. 푸틴은 격노했고 부시는 러시아와의 핵협력협정 체결을 보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푸틴을 회피하는 전략을 취했다.
푸틴이 3선 금지법에 따라 2008년 총리 자리로 물러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오르자, 오바마는 푸틴을 과거 방식에 여전히 '한 발'을 둔 구시대적 인물로 묘사하고 메드베데프를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로 띄워 줬다.
오바마의 이런 전략은 양국이 핵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동안 효력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푸틴이 2012년 다시 대통령에 오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푸틴은 새로운 핵무기 관련 회담을 시작하려는 오바마의 노력을 무시했고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허락하면서 미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시킨 우크라이나의 친서방계 반정부 시위가 푸틴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대통령 3명의 오해는 결국 푸틴이 크림반도를 장악하면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났다"며 "이제 논쟁의 초점은 푸틴과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서 푸틴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로 옮겨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