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시설이 다 들어가는 것이 7성급 호텔, 주점 없는 7성급은 말이 안돼
- 대한항공이 호텔을 지으려는 곳은 역사적으로 아픔이 많은 곳
- 종로구청과 자리를 맞바꿔 지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25일 (화)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경복궁 야경. (자료사진)
◇ 정관용> 정부가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의 경우에는 학교 주변에도 건립할 수 있도록 하자,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 관계 장관 회의를 거쳐서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는 것인데 그런데 이게 벌써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됐던 대한항공이 경복궁하고 풍문여고 사이에 지으려고 하는 고급호텔, 7성급 호텔이라고 그러죠. 이걸 도와주려는 법안이다, 재벌 특혜고 문화유산 파괴다,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호 소장 연결합니다. 황 소장님 안녕하세요.
◆ 황평우>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게 흔히들 말하는 러브호텔이니 이런 급이 아니라 유해시설, 술집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전혀 없는 그런 비즈니스호텔이나 고급호텔 이런 거는 허용해 주자, 이런 내용이라는 거죠, 지금?
◆ 황평우>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고요. 무슨 얘기냐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호텔이 등급이 있죠. 예를 들어서 지금 현재 관광객들이 오는 것은 일종의 레지던스 숙박프로그램이 있는 곳이고요. 지금 7성급 호텔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시설, 예를 들자면 주점이나 그다음에 심지어는 도박을 할 수 있는 이런 호텔이 아마 들어가는 규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등급마다의 규정을 정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7성급 호텔이 들어간다고 하면서 가라오케나 이런 게 없다, 스스로 정부가 말이 안 맞는 거죠.
◇ 정관용> 그건 진짜 좀 이상하기는 하네요?
◆ 황평우> 그렇죠. 7성급 호텔이면 모든 시설이 다 들어가는 건데 가라오케나 주점시설이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한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두 가지 내용이 지금 동시에 나와서 그런 것 같은데 일단 그런 가라오케 등등의 유해시설이 없는 비즈니스호텔이라든가 등등을 학교 주변에도 허용할 수 있도록 해 보자, 이런 내용이 하나 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 황평우> 종로 일대, 서울 일대는 이 비즈니스 호텔 정도는 지금은 전부 리모델링을 해서 거의 뭐 포화상태입니다. 서울의 웬만한 빈 건물들은 전부 다 호텔로 변경이 됐죠.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보통 우리가 특급호텔 그러는 게 보통 5성급이죠?
◆ 황평우> 그렇죠. 우리나라에는 5성급이죠.
◇ 정관용> 그보다 더 좋은 호텔을 대한항공이 오래 전부터 짓고 싶었다는 것 아닙니까?
◆ 황평우> 그런데 대한항공이 짓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서도 좀 의문인 게 사실은 삼성에서 이 땅을 소유하고 있었어요. 삼성이 어떤 기업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안 되는 게 없다라고 하는 기업인데 여기서 건설하려다가 포기를 하고 대한항공은 삼성에서 포기한 것을 알면서 구입을 한 거죠, 땅을.
◇ 정관용> 땅을 샀죠, 대한항공이.
◆ 황평우> 그렇죠. 삼성도 호텔 짓는 것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이 샀다는 건 저는 이것 자체부터 뭔가 이율배반적인 게 아니냐.
◇ 정관용> 대한항공이 호텔을 추진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입니까?
◆ 황평우> 호텔 추진한 게 그 땅을 구입할 때부터예요. 그러니까 2009년부터 이미 제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들었는데. 대한항공이 이 땅을 삼성으로부터 구입을 해서 호텔을 짓는다는 얘기는 이미 2008년, 9년부터 나왔습니다.
◇ 정관용> 그 정확한 위치가 어디예요?
◆ 황평우> 우리가 보면 경복궁 바로 정문을 바라보면 오른쪽이고요. 예전에 한국일보 앞 바로 정면입니다.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가 있던 자리죠.
◇ 정관용> 옛날 한국일보 사옥 건너편?
◆ 황평우> 바로 맞은편이요. 그리고 풍문여고 바로 옆이고 덕성여중고의 바로 앞이죠.
◇ 정관용> 그러네요.
◆ 황평우> 그러니까 이 자리가 굉장히 송현동이라고 해서 예전에 조선시대에는 소나무언덕이라고 해서 송현동인데요. 알고 보면 굉장히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게 사실 우리 친일파 윤덕영, 윤택영 아시죠?
◇ 정관용> 네.
◆ 황평우> 그 윤덕영의 형인 그러니까 순종황제의 장인이 되겠죠. 이 사람이 우리나라 2대 친일파 중의 한 사람인데 이완용, 윤덕영, 윤택영. 이 사람이 이 일대를 전부 매입을 해서 있다가 일제시대 때 아마 부도나 사기에 휘말려서 중국으로 다 이주를 했어요. 도망가다시피. 그 이후에 이것이 어떤 식산은행, 식민지시대에 일본으로 넘어갔고 나중에 이 자리가 쉽게 말하면 적산 가옥터가 됐죠. 그리고 해방 이후에 미군이 들어와서 이 적산 가옥터에 대해서 점령을 해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가 된 거죠. 역사적으로 굉장히 아픈 자리가 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네요.
◆ 황평우> 그다음에 풍문여고는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굉장히 조선시대 여권이 신장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데요. 조선시대 궁녀들 중에서, 궁녀들은 이미 출가외인입니다. 한 번 궁에 들어오면 다시 집으로 못 가는 대신 어떤 급여나 이런 걸 충분히 다 줬거든요. 이분들이 나이가 들어서 어떤 상궁 역할을 못 했을 경우에는 별도의 궁을 만들어서 오래 된, 연세 드신 상궁분들을 모셨던 자리, 별궁 자리입니다.
◇ 정관용> 풍문여고 자리가?
◆ 황평우> 그래서 풍문여고 자리에 별궁이 64년도에 박정희 대통령 때 이미 건물들이 많이 팔려나갔는데 다행히 그 건물이 한양컨트리클럽에도 있었고요. 지금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 가 있지만 건물이 남아 있고 또 남이섬에도 남아 있고 수유리에 남아 있습니다.
◇ 정관용> 별궁에 있던 건물을 빼내서 여기저기에 딴 데로 옮겼다, 이 말이군요?
◆ 황평우> 파는 거죠. 그다음에 지금 풍문여고 안에 건물이 또 하나 남아 있고요.
◇ 정관용> 아직도 남아 있고.
◆ 황평우> 그래서 풍문여고가 2020년에 이주하면 여기에 서울시가 공예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풍문여고 나가도 바로 뒤에 덕성여중고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덕성여중고 앞이...
◇ 정관용> 알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정부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니까 조금 아까 황 소장이 지적하신 7성급 호텔이면 그게 당연히 주점 같은 게 없을 수 없다. 그 얘기는 정부를 통해서 확인을 해 봐야 할 사안인 것 같아요.
◆ 황평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쨌든 대한항공은 2008년, 9년부터 하려고 했는데 계속 허가가 나지 않았고 이게 대법원까지 가서 또 패소한 사안이죠?
◆ 황평우>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했고요. 그리고 저희들도 계속 대법원에다 자료를 냈고 또 지금 헌법소원까지 낸 상황인데 저희들이 알기로는 헌법소원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한항공은 그 대신 여기에 공을 많이 들였죠. 여러 가지 현대미술관을 한다거나 아니면 올림픽 유치하면서 여러 가지 정부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 제공을 한 게 많이 있죠. 그런 아마 조금 표현이 죄송하지만 투자한 만큼 반드시 이익을 보겠다라는 이런 생각으로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5성급도 넘는 7성급의 고급호텔이라면 그걸 꼭 청소년 유해시설로 봐야 할까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황평우> 그런데요. 여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경복궁하고 청와대 주변에는 5층, 3층 이상을 제한적으로 했거든요. 그리고 경복궁 같은 경우가 궁궐의 역사문화 경관 때문에 높이 제한을 합니다.
◇ 정관용> 여기도 높이 제한은 받을 거 아니겠습니까? 건립하더라도.
◆ 황평우> 그렇죠. 그렇게 보면 7성급 호텔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과연 나오겠느냐. 5층하고 지하를 어마어마하게 파서 그 건물을 하겠다는 건데 저는 제가 볼 때는.
◇ 정관용> 그 수익성 고민은 대한항공이 할 것이고 지금 제가 여쭤본 것은 우리가 청소년 유해시설로 봐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호텔을 말이죠.
◆ 황평우> 저는 당연히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고급호텔이라고 할지라도 유해시설이다?
◆ 황평우> 그렇죠. 바로 이 사람들은 바로 소나무를 가지고 가리겠다고 하거든요. 호텔을, 덕성여중고 앞을. 그러면 어떻게 여자중고등학교 앞에 이런 호텔에서 얘기를 하는데 예를 들어서 가라오케나 주점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호텔에서 뭐를 하는지 저는, 예를 들어서 세미나를 하러 오는 건지 아니면 숙박을 하러 오는지 모르겠지만.
◇ 정관용> 숙박이 주된 목적이겠죠. 관광객들.
◆ 황평우> 그렇죠. 그 여러 가지 해가 저는 여중고생들한테는 반드시 간다는 거고요. 또 그다음에 경복궁 옆의 역사문화경관도 훼손한다고 봅니다. 전세계 어디의 궁궐 앞에 가도 저는 이런 7성급 호텔을 본 적은 없습니다.
◇ 정관용> 문화재 훼손 우려도 있습니까?
◆ 황평우> 그렇습니다. 경복궁하고 불과 한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죄송하지만 한국일보 건물을 증축을 하는 것 자체도 문화재 쪽에서는 굉장히 잘못됐던 거죠. 한국일보가 들어오는 조건으로 했는데 결국에 한국일보는 그 건물에 안 들어오거든요. 결국 문화재계를 속였다라고밖에 볼 수가 없죠. 그런 상황이라면 그 주변에 오히려 저는 이렇게 또 생각도 할 수 있죠. 지금 종로구청 자리가 그쪽으로 가서 대한항공하고 대토를 한다면 공공문화시설인, 공공시설인 종로구청이 1층, 2층으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복합문화센터를 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대안이 아닐까. 이미 종로구청 자리에는 많은 건물이 섰거든요.
◇ 정관용> 종로구청 자리에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고.
◆ 황평우> 그렇죠.
◇ 정관용> 그건 경복궁이나 학교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다.
◆ 황평우> 많이 떨어져 있죠.
◇ 정관용> 그런 대안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얘기였군요.
◆ 황평우>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는 층수 제한도 없으니까요. 가능하죠.
◇ 정관용> 조금 더 고층으로 지을 수도 있고.
◆ 황평우> 네.
◇ 정관용> 그런 얘기들은 오간 적은 있습니까? 정부로부터.
◆ 황평우> 저희들이 굉장히 대한항공 쪽에다 많이 얘기를 하는데 저는 이런 것 같습니다. 추진하는 몇몇 오너들이 밑에 어떤 정책 브레인들, 실무경험이 있는 직원들의 얘기를 전혀 안 듣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거는 추진하는 오너 가족분들이 이런 얘기들에 대해서 일절 거론하지 말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 문제는 그 문제고요. 이와 별도로 학교 주변에 비즈니스호텔 설립이 허용 되느냐, 안 되느냐. 이거 관광진흥법 개정문제인데요. 그것하고 대한항공 호텔하고는 조금 구분의 소리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황평우>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황평우> 감사합니다.
◇ 정관용>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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