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 '황제 노역'이 중단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광주지방검찰청 내에서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안에 돈을 빌려서라도 벌금을 내겠다."
검찰 조사에서 벌금 납부의사를 밝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앞으로 내야 할 돈과 가진 돈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국세청, 자치단체 등은 숨긴 재산을 파악하는 데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내야 할 돈 얼마
검찰 조사결과 귀국 전 허 전 회장이 내야 할 돈은 벌금 249억원, 국세 134억원, 지방세(개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이었다.
5일간 '황제 노역'으로 벌금은 224억원으로 줄었다.
국세 134억원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6만5천115㎡ 규모의 땅으로 공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방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실소유주임을 확인하고 다음달 7일 이 땅을 경매할 예정이다.
이 땅은 300여가구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부지로 감정평가액만 해도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허 전 회장이 소유했던 대주건설 부동산을 압류해 대주건설 지방세 체납액 17억원 중 14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대주건설의 나머지 지방세 체납액 3억원과 허재호 전 회장 개인이 체납한 지방세 24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와 지방세는 공매 등 절차 배당에서 우선순위가 있다. 공매는 지자체나 국가기관이 압류한 물건을 자산관리공사가 위임받아 경매하는 절차인 반면 경매는 법원에서 이뤄진다.
차츰 해결이 돼가는 모양새지만 '잠재적' 채무도 무시할 수 없다.
광주시는 대주그룹 계열사가 지은 2개 아파트 소음방지 시설에 79억원을 들이고도 1개 아파트 주변 시설 공사비 23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11억6천여만에 대해서만 구상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다른 아파트 주변 시설 공사비 56억원에 대한 구상권 소송도 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손해를 본 채권자들의 권리 주장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내야 할 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 보유 재산은 얼마
허 전 회장 귀국 전 검찰은 관계 기관들의 노력으로 부동산 13건에 대한 공매가 추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건은 감정평가 불능 등 이유로 공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매가 추진된 대상은 광주 동구 금남로 3가의 대(垈, 특정 건축·시설물 부지) 420㎡, 광주 동구 장동 대 250㎡, 전남 화순군 도곡면 임야와 밭 5만8천여㎡, 인천 중구 임야 5천여㎡ 등이었다.
허 전 회장은 지난해 아내 사망 당시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허 전 회장의 딸 집을 압수수색해 그림 115점, 골동품 26점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재산으로는 허 전 회장의 벌금, 채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워 벌금 집행 주체인 국가, 개인 채권자들의 허 전 회장 재산에 대한 줄소송과 배당 경쟁이 생겨날 수도 있다.
검찰과 국세청 등은 뉴질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뉴질랜드 회사등록사무소에 따르면 허 전 회장과 가족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거나 이들이 출자한 사업체가 소유주로 돼 있는 사업체 수는 14개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