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오자 그 의도와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위협이 단순한 '엄포용'인지, 아니면 실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인지를 판단하는데 예민한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추가도발'을 자제하라고 경고해온 미국 정부 당국자들로서는 북한 외무성의 이번 위협에 다소 당황해 하는 기색이 읽힌다.
지난 26일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이후 공식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추가도발 자제를 거듭 촉구했으나 북한은 오히려 더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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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정부로서는 현단계에서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들은 "미국 정부도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3차에 걸친 핵실험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확보한 정보는 예상외로 많지 않다는 후문이다. 1차와 2차는 플루토늄탄이었으나 3차의 경우 플루토늄탄인지, 우라늄탄인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북한이 왜 현시점에서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왔는지다.
일단 노동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결의안과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 '맞대응' 차원에서 위협적 수사(修辭)를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과거의 공허한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며 "북한은 지난해 3월 '과거에 보지 못했던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으로 서울뿐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위협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에 따라 새로운 결의안을 검토하는데 따른 대응"이라며 "작년초에도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를 막으려고 긴장을 위험스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정기적으로 유화공세를 펴고 있지만 유엔의 새로운 결의안을 검토할 때마다 위협을 시작했다"며 "현재로서는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예고'한대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최근 6자회담 재개를 고리로 한 대화모색 국면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김정은 정권이 핵도발 카드를 통해 '국면'을 다시 되돌리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도록 소형화·경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기술적 차원'에서 핵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게 워싱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8노스 운영 책임자인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에 "더욱 정교한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추가 핵실험은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예견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북한의 움직임은 전혀 놀랄만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최근 전개되는 정치상황을 핵기술 개발을 정당화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북 비난과 제재 형태의 유엔의 조치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져온 과거의 패턴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이는 바뀔 수 있으며 핵실험이 이뤄지기 4∼6주 전이면 증강된 활동들의 징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라늄 핵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으로서는 추가 핵실험을 통해 폭발력을 늘리는게 최대 과제"라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무기급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외교적 협상이 없다면 북한이 올겨울이나 내년 봄쯤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핵실험 ▲소형·경량화된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실험 ▲수소폭탄 이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도발보다는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술이라는 풀이도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단계에서 북한이 추가도발을 할 경우 그 후폭풍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쉽게 핵실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일종의 다목적 협상카드로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거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사전조치 이행을 거듭 요구하고 중국도 이에 일정정도 호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한 북한이 '판'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