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북한의 가족을 만난 남측 이산가족 10명 중 3명은 그리움과 허탈감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중근)가 이달 20∼27일 남측 이산가족 상봉자 439명 전원을 대상으로 상봉 후 건강 및 심리상태에 대해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30명(응답률 52%) 가운데 62명(27%)이 '상봉 후 생활에 불편이 있다'고 답했다고 31일 밝혔다.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람이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리움으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한 사람도 24명이나 됐다.
이밖에 '허탈감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17명), '북한의 가족사진만 보게 된다'(14명), '꿈에서도 나타난다'(6명)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상봉 후 힘든 점이 있다는 응답자도 122명(44.3%)이나 됐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점'(63명), '생각·이념 차이 등으로 인한 가족에 대한 실망'(20명), '북의 가족을 도울 수 없다는 무력감'(15명), '체력 소모로 인한 건강 악화'(14명) 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현재 심정(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상봉 때 기뻤지만, 지금은 답답하고 허탈하다'(83명),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20명)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이 나왔다.
'상봉 때 기쁨이 여전하다'고 한 응답자는 127명이었다. 그러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사람은 30명에 불과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선점(복수응답)으로는 '상봉시간을 늘려야 한다'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봉 시간을 구분하지 말고 상봉 기간 계속 같이 있게 해줘야 한다'(91명), '금강산이 아닌 서울과 평양 등에서 개최'(47명), '상봉행사 확대'(4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복수응답)을 위한 선결 과제로는 '편지 교환 제도화'(119명), '상봉 정례화'(114명), '화상상봉 제도화'(43명), '전체 이산가족 생사·주소 확인'(50명) 등이 꼽혔다.
대한적십자사는 적지 않은 이산가족들이 상봉 후유증을 앓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내달부터 이산가족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심리사회적 지지 프로그램'을 실시할 방침이다.
우선 적십자 봉사원과 직원, 심리사회적 지지 강사들이 희망자 49명을 직접 방문해 심리적 응급처치를 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