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오른쪽), 이완구 의원
과연 바람은 바뀌고 있는걸까
불과 2주 전만 해도 승자가 정해진 게임이었다. 해보나마나 승자는 뻔하니 괜스레 힘뺄 필요없이 추대를 하자는 ‘꽃가마론’도 돌았다. 다음달 10일 전후로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얘기다.
당초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던 여당 원내대표 선거가 김빠진 맥주 신세가 된 것은 6.4 지방선거 때문이다.
이른바 ‘당권파’로 불리는 친박 신주류는 지방선거 승리의 절박성을 내세우며 ‘중진 차출론’을 주창했다. 수도권의 황우여 대표, 정몽준·남경필 의원 등이 주요 타켓이었다.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친박이 당내 권력 유지를 위해 지방선거를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은 모두 레이스에서 제외됐다. 이주영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기용됐고 남경필 의원은 야권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에 경기도지사 수성에 나서게 됐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울산시장 선거로 하방(下方)됐다.
결국 남은 주자는 범친박계 이완구 의원. 이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거의 전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접촉면을 넓혀갔다. 당내에서는 친박 당권파가 사실상 원내지도부 세팅을 끝냈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추대론’도 돌았다.
이렇게 되자 차기 당권 주자인 친박 원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목표 선회 관측도 자연스레 회자됐다. 이완구 의원과 충청권으로 지역이 겹쳐 지역 안배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 전 대표 대신 최경환 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런데 지방선거 경선이 변수로 떠올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무줄 잣대로 논란을 자초했다. 지키지도 못할 ‘전략공천은 없다’를 남발하는가 하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듯한 인상으로 ‘박심(朴心) 논란’ 등을 일으키며 분란을 초래했다.
결국은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경선 ‘3배수 컷오프’에 불만을 품고 칩거에 들어갔다가 사흘만에 경선에 복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 측이 경선 과정의 잡음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황식 전 총리 칩거 사태에 대해서는 관리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집권 2년차의 당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치력과 경륜의 필요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차기 권력구도 판짜기가 ‘선(先)원내대표-후(後)당대표’에서 ‘先당대표-後원내대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즉, 서청원 전 대표 카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친박 신주류 내부에서는 이런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그 여파는 ‘다 된 밥’인 줄 알았던 원내대표 기류에도 미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의 반응은 “정해진 거 아냐”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로 바뀌고 있다.
원내대표 도전 자격이 있는 중진 의원들은 저마다의 계산 속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돌연 울산시장 출마를 접었던 정갑윤 의원 측도 완전히 돌을 던지지 않은 모양새다. 정 의원 측은 “다른 길도 많이 있다”면서도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NEWS:right}
남경필 의원을 지지했던 쪽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당청·여야 관계의 변화를 위해서는 친박·비박을 아우르며 청와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 의원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여전히 출마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아직은 마땅한 다른 카드가 부상하지 않은 만큼 ‘이완구 대세론’은 여전히 살아있다”면서도 “친박이나 쇄신파에서 어떤 새로운 후보를 내놓느냐에 따라 원내대표 선거판이 다시 뜨거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