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초기의 인사실패, 미국 방문당시 대변인의 인턴 여직원 성추행, 국정원 댓글사건 등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 간첩사건 증거조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수층과 대구·경북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했다. 40%대로 주저앉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박 대통령의 특유의 뚝심과 고도의 정치력으로 난국을 돌파하곤 했다.
해외 순방 다녀오면 빠졌던 지지율이 회복되거나 몇 %p씩 상승했고, 북한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 그러면서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절묘한 말짓기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이뤄놓은 것들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원칙과 신뢰'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다. '원칙과 신뢰'를 적용하면서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질타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압박했다.
특히 안전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은 남달랐다.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변경했고 취임사에서도 국민 안전을 강조했다. 국민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차관과 차장급 안전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해 매월 한 차례씩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에 따른 대규모 인명피해는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원칙과 신뢰, 국민안전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자리에서만 맴돌던 구호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여객선에 몇 명이 탔는지조차 확실하지 않고, 구조자와 실종자 숫자는 발표할 때마다 틀렸다.
바다에 가라앉는 승객을 팽개친 채 자기 몸만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해경의 초동대처에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같은 국가기관이면서도 선체 진입 여부를 놓고 해경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가 달랐다.
헛점이 반복적으로 노정되고 잘못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물론 공권력자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정부 조치에 대한 냉소와 비웃음이 늘고 있고, SNS상에서 떠도는 각종 유언비어는 어느새 사실인양 현실 공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더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은 해외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 시간 18일 한국판 블로그 '코리아 리얼타임'을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비난을 받았다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박근혜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았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엄벌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