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1일째인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진도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 수색작업을 위해 정박한 언딘 리베로 바지선에 해군 해난구조대(SSU) 잠수사가 수색을 마친 뒤 선박에 오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바다는 물고기의 영역, 하늘은 새의 영역, 땅은 사람의 영역이다.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 다른 영역을 침범하면 리스크(위험)가 클 수밖에 없다.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새가 잠수하거나 물고기가 비행하는 것과 같다. 잠수란 그렇게 위험하고 어렵기 때문에 아주 세밀하게 해야 한다".
SSU(해군해난구조대) 등에서 30년 넘게 잠수를 했다는 A 씨는 잠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수중 구조 활동의 첫째 원칙도 신뢰, 둘째 원칙도 신뢰라고 강조했다. 목숨이 담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신뢰가 없으면 바다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잠수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팀으로 움직인다. 팀원간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죽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내려가기 때문이다. 내가 내려가면 반드시 다른 팀원이 나를 구해줄 것, 다른 팀원이 내려가면 내가 반드시 구해줄 것이라는 상호신뢰가 뒷받침하고 있어야 한다".
고되기로 유명한 SSU의 훈련은 바로 이런 신뢰를 쌓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눈빛만으로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은 이런 사전 훈련을 통한 신뢰구축이 안된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서로 믿고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잠수는 두 사람이 내려가는 것이 법칙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한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굳이 페어(쌍)가 아닌 바디(한 몸통)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6일 새벽 숨진 이광욱(53) 씨는 혼자 내려갔다. 훈련도 받지 않았고 따라서 팀워크가 있을 리 없다.
A 씨는 대규모 작업에는 대규모 인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외견상 2명이 잠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18명이 내려가는 것과 같고 이들 팀이 교대로 작업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잠수팀에는 2명의 잠수사 외에 잠수를 총괄적으로 감독하는 수퍼바이저(감독관)가 필요하다.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등산대장에 해당하는데 잠수사의 모든 상태를 꿰고 있는 사람이다.
다음으로 기록수도 필요하다. 나중에 잠수병 같은 문제가 생기면 잠수사의 모든 과정을 추적해야한다. 그런 과정을 알지 못하고는 잠수병의 원인을 밝혀낼 수 없고 따라서 적절한 치료도 못한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이와함께 잠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통신사도 있어야 한다. 또 스탠바이 다이버도 대기해야하고 호스를 잡아주는 보조사와 보트맨, 감압체임버에 대기 중인 의사 등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는 "2명이 내려가지만 사실상 18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함장도 예외가 아니다. 두 달에 한 번씩은 하사들과 섞여 훈련한다. 위험할 때는 그들로부터 닦달도 당한다. 그러나 그런 닦달은 나를 구해주기 위한 것이라 고마운 것이다"고 말했다.
잠수에서는 위아래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위보다는 아래가 더 중시된다고 한다.
"잠수사를 빼고는 수퍼바이저(감독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함장도 수퍼바이저의 지시를 받는다. 커뮤니케이션이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다운업(down-up)으로, 투 웨이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변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평소에 몸에 익은 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원칙이다.
늘 쓰던 장비 그대로, 자기 몸에 맞는 컴팩트한 장비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숨진 이 씨는 잠수업체인 '언딘'이 제공한 장비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뿐 아니라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A씨가 제시한 원칙들을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A 씨는 "지금과 같이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작업을 해 나간다면 언제든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A 씨는 자신의 충고가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잠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해군과 해경 간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에 경계감을 나타냈다.{RELNEWS:right}
따라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는 6일 현재 숨진 이 씨를 제외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잠수요원이 1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