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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실종자 수색에 목숨 건 잠수사들…"가족들 격려에 다시 바다로"

사회 일반

    [르포] 실종자 수색에 목숨 건 잠수사들…"가족들 격려에 다시 바다로"

    공기줄 꼬일까, 격벽 무너질까…"누군가는 해야지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14일 오후에도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해역에서는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됐다.

    전남 진도항 근처 서망항에 정박했던 해양경찰청 소속 P(Patrol)75정이 줄을 풀고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언론사 취재진 21명은 세월호가 침몰한 관매도 근처 맹골수도 사고해역에서 수중 수색작업을 지원하는 민간 구난업체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로 향했다.

    항구를 벗어나 먼바다로 나오자 약 50톤 규모의 해경 함정은 2m에 육박하는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투둥 투둥'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이날 함께 승선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고명석 대변인은 "기상여건이 나빠 잠수사들의 입수하는 모습을 보기는커녕 바지선에 배를 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 적막 속 급박함, 눈빛만으로 의사소통

    다행히 오후 2시, 취재진을 실은 경비함이 바지선에 도착하자 마침 비가 잦아들고 유속이 느려져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입수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해경 이춘재 경비안전국장은 "현장 조류와 정조시간 지표가 달라서 유속계를 보고 현장에서 판단한다"며 "정조시간대에 미리 준비하다 시속 1노트 아래로 느려지면 입수하고, 유속이 빨라지면 출수한다"고 설명했다.

    경비함정에서 바지선에 발을 들이자 "발 조심하세요!"라는 외침이 잇달아 울려퍼졌다.

    바닥에 어지럽게 깔린 노란 공기줄이 밟히거나 긁히기라도 하면 곧바로 잠수사들의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해군 측은 붉은 통신줄 등을 함께 꼬았고, 해경-언딘 측은 노란 공기줄만 투입됐다"며 "해군 측 장비가 더 안전한 대신 크고 무거워 좁은 선내 수색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각자 장단점을 살려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선 위 컨테이너 곳곳에는 옷을 걸 수만 있다면 어디든 걸려있는 젖은 잠수복들에서는 바닷물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밑으로 '50인분 리베로호'라고 적힌 도시락 포장용 스티로폼이 방석 대신 사용되고 있었다.

    일반 배와 달리 오로지 수중 작업을 지원하기 위한 바지선은 거대한 바둑판처럼 평평했다.

    그 끄트머리에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잠수사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합을 맞춰온 보조 요원들도 눈빛만으로 서로에게 지시를 내리다보니 긴장감으로 가득 찬 바지선에는 파도소리만 들렸다.

    긴장 어린 적막도 잠시, 신호와 함께 잠수사들이 차례로 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바닷속 잠수사들이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끝을 알 수 없는 심해로 이어진 생명줄만 보이기 시작했다.

    바지선 위에서는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끌려가는 공기줄을 조정하고 잠수사들의 상황을 확인하느라 보조요원들의 고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이후로 5구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281명으로 늘었고, 23명이 실종상태로 남았다.

     

    ◈ 숨 몰아쉬는 잠수사들 "실종가족 격려가 가장 큰 힘"

    약 1시간 뒤 수색작업을 마치고 잠수사들이 바지선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반평생을 물속에서 보낸 거친 바다 사나이들도 심해의 압력이 몸에 새긴 고통을 견디기 힘든 듯, 고개를 숙인 채 검게 그을린 얼굴을 찡그리며 가쁜 숨을 가다듬었다.

    지친 잠수사들의 잠수장비를 보조요원이 갈무리하고, 의료진들이 이상증세가 없는지 간단한 검진을 마치자 잠수사들은 '감압챔버(Chamber)'로 향했다.

    군의관인 해군 이동건 중위는 "비까지 내리는 추운 날씨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잠수사가 늘고 있다"며 "특히 코감기에 걸리면 잠수할 수 없어서 잠수사도 의료진도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다"고 말했다.

    우선 잠수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대형 인명사고 현장을 수색한다는 부담감이다.

    자기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다에서 잠수사들은 손으로 더듬어 찾거나 불쑥 눈앞에 나타난 희생자들의 시신을 소중히 품에 안고 수면까지 인양하고 있다.

    이날 직접 시신을 수습한 한 민간잠수사는 "시신에 대한 경험을 계속 기억하면 다시 물 속에 들어갈 수 없다"며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누구랄 것 없이 스스로 나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안전상 가장 큰 문제는 사고 해역의 빠른 조류다.

    일단 선체에 들어가면 잠수사가 조류의 위협을 받을 일은 없지만, 바지선과 세월호 선체를 오르내릴 때 조류에 휩쓸릴 수 있다.

    언딘 측 민간잠수사 이순형(39) 씨는 "우리는 선체에 들어와도 공기줄은 계속 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공기줄이 조류에 휩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4층 배꼬리를 중심으로 약화현상이 일어나서 일부 격벽 칸막이가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RELNEWS:right}

    이 씨는 "선체 안에서 우리가 내뿜은 공기방울이 벽면에 부딪혀도 충격을 받는다"며 "만약 선체에 들어갔는데 장애물이 쏟아져서 퇴로가 막히면 공기줄이 연결돼도 갇혀버려서 외부의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된 수색작업에 잠도, 음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잠수사들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 어린 격려와 호소에 다시 바다로 향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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