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를 시청하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하고 해경 해체 등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발표했다. 윤성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4일째인 19일 처음으로 대국민담화라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과를 한 것과 관련 유가족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통령 담화 내용에 남아있는 실종자들에 대한 구조 계획과 국가안전처 조직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이 빠졌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는 유가족 10여 명이 모여 앉아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지켜봤다.
사고 발생 이후 단 하나의 기적도 만들어내지 못한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표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유족들도 눈에 띄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입에서 고인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자 유족들은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담화가 끝날 때가 되자 몇몇 유가족들은 "아직 못 나온 애들에 대한 구조 계획이 빠졌는데 어떡하나"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 오모(45) 씨는 "마지막 남은 한 사람까지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며 "해경을 해체한다고 했는데, 구조작업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불안하다"며 말했다.
유족들은 또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에 대해서도 껍데기만 바뀌고 알맹이는 그대로 채워지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유가족 박모 씨는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에 대해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지방선거 위기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담화문 발표 전날 CBS에 보내온 SNS 메시지를 통해 "믿었던 초등학교 동기동창 정몽준과 수족처럼 믿었던 유정복, 그리고 자신을 지지했던 남경필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이냐"며 "표를 의식해 좋은 안을 내놓겠지만 그 안은 소시민들이 지금까지 죽기 살기로 외쳤던 내용일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