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하고 해경 해체 등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발표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후임 국무총리 지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흐름이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어느 정도 폭으로, 또 어떤 인물이 등용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번 개각은 단순하게 장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사태(이번 일은 참사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미칠 것으로 보여 사태라고 표현했다)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담화의 진정성과 각오를 판단하는 시금석도 개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사람'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자료사진)
핵심은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국무총리다. 이미 정홍원 총리는 사임의사를 밝혔다. 후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는 등 권한이 커진다는 점에서 '대독총리'는 안 된다는 것이 시중 여론이다.
실질적으로 각 부처를 통할하고 지휘할 수 있는 추진력과 정무 능력이 있는 '책임총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정한 권력 분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박 대통령 혼자 헤쳐 나가기에는 쉽지 않다. 그만큼 엄중한 상황이다.
때에 따라서는 야권 인사까지 널리 인재를 찾아 등용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무총리가 이미 바뀌기로 되어 있는 마당에 주목되는 다른 한 사람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자료사진)
박근혜 정권이 등장한 뒤 청와대의 힘이 세졌다. 집권 초라는 상황을 감안해도 공직 사회의 '청와대 바라기'가 일반화 되었다.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관련해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살핀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당연히 집권당과 내각은 무력화 된다.
집권당에는 맹목적인 충성파들이 득세하고 내각의 장관들이 존재감이 없다보니 장관이 누구인지 아는 이가 드물다.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온다. 문제가 생기면 청와대가 타깃이 된다. 이번 세월호 사태 와중에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몰려갔던 것은 이런 현상의 반영이다. 현 상태로 간다면 앞으로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힘겨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 그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형인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형인 이상득 의원이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힘을 썼던 것과 비견된다.
김 실장은 공안적 시각에서, 기능에 충실한, 충성파 관료의 상징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보였던 개혁적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내각이 바뀐다고 해도 청와대를 틀어쥐고 있는 김 실장이 그대로 건재하다면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각에서는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겠느냐, 그렇게 하면 통치가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통 상황이 아니다. 그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판을 짠다는 각오 속에서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난국을 헤쳐 나가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