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며 임기 후반기 대외 정책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을 통해 "미국은 여전히 어느 국가도 대체할 수 없는 리더이지만 군사적 행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군사력에 대한 의존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미국이 나약하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비판 때문에 미군을 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망치를 들었다고 해서 모든 못을 박아야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같은 언급은 국제 분쟁에서 과도하고 소모적인 군사적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군사력을 동원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제한적 개입주의'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국제사회를 '리드'해야 한다"며 "미국 국민의 생존과 핵심 이익이 위협 받을 때, 그리고 동맹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에는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동,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인접국들이 분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면서도 "우방에 대한 중국의 행동에 즉각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문제에 군사적 개입을 할 경우에도 적절한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 혼자 나서지 않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강조했다.
대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대테러 기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외교 정책 구상은 미국이 국제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가열되는 가운데 제시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군국주의적이지는 않지만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번 발표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얀마가 미국 등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거리를 뒀다"고 밝힌 것 이외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