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니파 반군을 주도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북부 일대에 이슬람국가 수립을 공식 선포했다.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에서는 이를 탈환하려는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의 치열한 공방이 며칠째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왕국과 일부 중동 국가에서 테러 척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라크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도 빨라졌다.
◇ISIL, 이슬람국가 수립 공식 선포…IS로 개명
시리아 반군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최근 이라크 서북부 일대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 중인 ISIL이 이슬람 국가 수립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와 주요 외신들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ISIL 대변인은 전날 웹사이트에 올린 육성 메시지에서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를 칼리프로 하는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수립을 선언했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의 사도 무함마드의 대리인'이라는 뜻으로 예언자 무함마드 사망(632년) 후 그의 종교적·정치적 권한을 이어받아 이슬람 공동체를 다스린 최고 통치자를 가리킨다.
알아드나니는 "칼리프의 이슬람국가가 장악한 지역에 있는 모든 국가와 지방정부, 단체, 기관은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에게 칼리프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슬람국가의 수립으로 단체의 이름을 ISIL에서 '이슬람국가'(IS)로 바꾼다고 말했다.
ISIL이 이슬람국가의 수립을 선포했다고 해서 실제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가질지는 불확실하다.
ISIL이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서북부 일대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 왔지만 주요 도시 일부만을 장악했을 뿐 지방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이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알아드나니 대변인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로부터 이라크 동북부 디얄라 주에 이르는 일대를 새로 수립한 이슬람 국가의 대강의 영역으로 규정했다.
◇이라크군-반군, 북부 티크리트서 치열한 공방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에서는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의 치열한 공방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티크리트 수복 작전에 돌입한 정부군은 28∼29일 양일간 헬기와 탱크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다.
특히 티크리트 대학 인근인 북부 카디시야 구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교전이 이어졌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현지 지방 정부의 한 관리도 반군이 아직 티크리트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교전은 카디시야 구역과 서북부의 비행장 인근에서 집중됐다고 밝혔다.
정부군 대변인 카심 알무사위 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투는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데 우리 군은 첫 단계를 훌륭히 수행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면서 "티크리트의 재탈환을 선포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ISIL이 주도하는 수니파 반군이 정부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아직 티크리트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라크 정부군의 티크리트 공습에는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이 정보 공유와 작전 수립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현지 사령부의 한 간부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파견하기로 한 300명 규모의 군사 고문단 가운데 180명 정도가 이미 이라크 현지에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사우디 국왕, 극단주의 배격…이란·카타르 대테러 공조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최근 이슬람 성월 '라마단'을 맞아 한 대국민연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맹비난했다.
압둘라 국왕은 "일부 테러리스트들이 개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이슬람을 앞세워 이슬람 신자에게 겁을 주고 국가와 국민의 통합과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테러 단체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란과 카타르도 중동 지역의 테러와의 전투를 위해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전날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다른 중동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