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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벌백계는 군 수뇌부 문책부터

    • 2014-08-05 15:14

    [노컷사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육군 윤 일병 폭행 사망과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우측)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선임병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에 대해 국가혁신 차원에서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 있는 사람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라고 지시했다.

    전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선 진상조사 후 처벌'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현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함께 참석했지만 대통령의 언급에 군을 지휘하는 수뇌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윤 일병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우리 군의 모습을 수십 년 전의 과거로 회귀시켰고,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우리 군의 폐쇄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지휘체계는 엉망이 됐고, 폭행은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게 윤 일병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육군이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전 부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혹행위 실태 조사에서 3,900여 명을 적발한 사실을 보더라도 군 내부에 폭행과 가혹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니 자식을 군에 맡긴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으며, 자식을 군대 보낼 부모의 심정은 또 오죽하겠는가?

    윤 일병 사건은 폭행과 가혹행위 뿐 아니라 조직적인 은폐, 불투명한 보고체계 등 각종 의혹으로 번지면서 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게 만들었다.

    군 인권단체의 폭로로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당시 장관도, 현 장관도, 육군 참모총장도 몰랐다는 데 이게 제대로 된 군의 보고체계인지, 수뇌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지 알 수 없다.

    사건 당시 국방부와 육군은 30여 년 만에 가혹행위 근절 명령을 하달하고, 군기강확립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런데도 군 수뇌부가 윤 일병 사건의 실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관계없이 군 수뇌부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윤 일병으로 대표되는 군에 만연된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장관이나 참모총장이 제대로 파악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한 근본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

    병사들의 고충과 병영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군 수뇌부는 자격이 없다. 더구나 입영거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현실에서 일선 지휘관에만 책임을 물린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국가혁신 차원에서 대처한다고 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군대판 세월호 사건으로까지 불린다. 하지만 대통령이 문책 대상을 가해자와 방조자라고 규정한 것은 군 수뇌부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모습으로 비친다.

    더구나 당시 국방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군의 보고체계 재조사가 한계에 부딪칠 수도 있다.

    땅에 떨어진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일벌백계는 군 수뇌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이 당시 국방장관으로 떳떳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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