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 일병 닮은꼴 사건'으로 알려진 부대 내 성추행 사건에서도 군 수사당국이 가해 선임병에게 폭행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군 수사당국이 "성기를 만지는 건 추행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피해자 가족 측 주장도 나와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지난 5일 윤 일병 사건 가해자들에게 뒤늦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군이 그간 부대 내 성추행을 축소·은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베개로 성기 때리고 발바닥으로 문질러"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등에 따르면 육군 제6사단 의무대에서 근무했던 A 이병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7개월 동안 폭언과 폭행은 물론 성추행까지 당했다.
윤 일병 사건과 마찬가지로 관리 사각지대인 의무대에서 벌어진 선임들의 가혹행위였다.
정 모 병장 등 3명은 베개로 A 이병 성기를 때리거나 양쪽 다리를 잡고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 일명 '오토바이'를 자행했다.
다리털을 뭉쳐서 뽑는 '개미'나 배 밑에 메스를 들이대는 '블레이드'도 A 이병에게 가해진 가혹행위였다.
이는 인권위 직권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 "헌병대 수사관이 '성기 만지는 건 추행 아니다'"…강제추행 기소 안 해
A 이병이 자살을 시도한 뒤에야 군 헌병대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군 수사당국이 성추행 혐의는 제외하고 폭행죄에 해당하는 가혹행위 혐의만 기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A 이병 가족들은 군 조사 과정에서 헌병대 수사관으로부터 "성기를 만지는 건 추행이 아니다. 자신이 느끼기 위해서 한 것만 추행"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 이병 아버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설명하면서 "수사가 완전히 엉터리로 진행됐다"며 "헌병대와 군 검찰이 사단장 지휘 아래 있다 보니 '가재는 게 편'인 식의 수사와 조치가 이뤄져 결국에는 가족들이 선임병을 고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수사당국이 직권을 남용한 또 다른 2차 가혹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