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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 살아서 같이 싸워요" 절박한 시민들

사건/사고

    "유민 아빠, 살아서 같이 싸워요" 절박한 시민들

    "정치권 적극적 역할 중요"… "유민 아빠 살릴 수 있는 건 정치권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36일째를 맞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영오 씨는 기자회견 중에 47kg까지 앙상하게 여윈 자신의 몸을 공개하며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진환기자

     


    "지금 이 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 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입니다. 제발 유민이 아빠를 살려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몸 상태를 살피는 의사 이보라 씨는 단식 36일째를 맞은 지난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몸 상태에 대해 '간곡히' 경고했다.

    농성장에 앉아 소금과 물만으로 연명하며 단식을 이어간 지 19일로 37일째.

    그의 몸은 단식을 시작할 때보다 10kg이상이 줄어들었고 얼굴마저 새카맣게 변해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죽어 간 어여쁜 자식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아 '목숨을 걸고야 만' 결과다.



    하지만 김 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절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다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김 씨를 누구보다 이해하면서도 김 씨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탄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예은이의 아빠이자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경근 씨는 자신의 SNS에 "유민이 아버지!! 영오 형!! 우리 삽시다. 살아냅시다. 살아야만 하는 것이 정말 미안한데 그래도 일단 삽시다. 살아봅시다. 정 아니면 그때 같이 갑시다"라며 자신의 몸을 돌보라는 간곡한 청을 남기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주말에 이어 18일에도 비공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최대쟁점인 특검 추천권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또다시 불발됐다. 19일 '막판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아직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급기야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돼 하루빨리 김 씨의 단식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시민사회에 퍼져 나가고 있다.
    15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18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는 SNS를 통해 모인 3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김 씨도 단식을 멈추고 살아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의원 재선 출신인 정범구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민 아빠까지 보낼 수는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날 긴급 모임을 제안했다.

    모임에 참석한 곽광혜 씨는 연신 한숨을 쉬며 "일단 (유민 아빠의) 생명이 위험하니 걱정돼 나왔다"면서 "야당이 시민과 함께 갔어야 했는데 야합을 해버렸다. 당장은 유민 아빠의 생명이 위험하니 다시 회복해 살아서 싸우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원경아(29·여)씨는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서 단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셨으면 한다. 정치권이 소극적인 행동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운영 방안 논의 등과 관련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 씨를 바라보던 양경미(44·여)는 "교황님이 오셨지만, 정치권은 반응이 없고, 언론에서도 교황의 메시지만 (세월호 문제와) 따로 전달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우리가 힘을 합치면 정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정치논리로 국민들의 열망에 대응하지 말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들 앞에 선 최국태(50) 씨는 "정말 죄송하지만, 유민 아빠가 빨리 단식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특별법도 제정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이어 "여야가 지금 당장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면 지금부터 물과 소금도 먹지 않고 유민 아빠 옆에서 죽을 각오로 단식을 하고, 그래도 해내지 못하면 정권 타도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국회 안에서 자신의 보신을 위해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를 응원하기 위해 아이의 손을 잡고 찾은 한 시민은 울먹이며 "우리 아이가 잊지 않는대요, 아이들이 안 잊을 거에요. 그러니 제발 유민 아빠도 많이 힘내시고 제발 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김 씨의 손을 잡았다.

    김 씨는 웃으면서 "끝이 있을 것이고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시 환하게 웃을 그 날을 기다립니다'란 글이 적힌 김 씨의 캐리커처를 전달한 백선아(42·여) 씨는 "정치권이 한심하다. 김영오 씨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불씨를 만드신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지만, 교황님 등은 다 보고 가셨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오전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갑자기 차에서 내려 단식 농성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를 위로하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박종민기자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정치권이 '미적지근'한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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