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여야 대치 속에 장기표류하고 있고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는 2차례나 무산된 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사고 발생 120일이 훌쩍 흘렀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 정치권 특히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8일 협상을 갖고 세월호특별법 입법안 타결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 대표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협상을 재개해 타결에 나설 방침이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18일 "그동안 원내대표 간에 수차례 접촉이 있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쟁점은 두 가지, 첫째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추천방식과 청문회 증인채택문제지만 새누리당이 증인채택에서 다소간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해 특검추천위원회 숫자배분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아 있다. 현행 특검법에는 국회가 4명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애초 2 대 2로 추천하도록 돼 있었지만 새정치연합이 3(야당)대 1비율을 요구했고 새누리당에서는 뭉뚱그려 국회추천 4명으로 하자는 입장으로 맞서 있다. 각 당의 논리는 명확하다.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수사하게 할 수는 없다'는 여당과 '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 없이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야당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36일째를 맞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영오 씨는 기자회견 중에 47kg까지 앙상하게 여윈 자신의 몸을 공개하며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식들을 수장한 슬픔에 자식들의 사인까지 제대로 가려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양보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세월호 침몰은 정부의 부실한 사고 예방·대응시스템과 정치권의 직무유기, 선사의 안이한 불탈법 선박운항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단순사고 주장과 이에 입각한 보상과 진상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여론이 높고 재발방지도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안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정치가 이해조정의 과정이란 점을 놓고 보면 여야 정치권과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의 정치력 부재와 무능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월호 기관보고 때도 시점을 두고 여야가 지리한 줄다리기를 하다 유가족들이 나서고 나서야 어렵게 합의점을 찾았고 이번 세월호특별법도 인사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도 마찬가지로 협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유가족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법안 처리도 연쇄적으로 발이 묶여 온 나라의 갈등조정기능이 마비돼 심각한 파장에 노출되고 있다. 야당이 원내대표 간 합의를 뒤집은 것도 협상이 더욱 길어지는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RELNEWS:right}
시사평론가인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정치가 갈등의 조정기능을 못하고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 사안에서 핵심적인 고려사항은 유가족의 동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서 유가족 대표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면담을 요청하면서 사고 후 처음으로 이뤄진 집권당과 유가족의 만남도 너무 늦었다. 회동 직후 김무성 대표는 "유가족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번 반복되는 정치권의 줄다리기와 끝없는 대치, 쟁점을 풀어내지 못하는 무능을 바라보기가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