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지산교 인근 하천변을 운행하던 시내버스가 범람한 하천 물에 휩쓸려 다리에 걸려 있다.출동한 119 구조대가 몸에 로프를 묶은 채 버스 안 수색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남부지방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최소 5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간당 13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부산에서는 지하철과 열차가 멈춰 서고, 아파트 경로당이 흙더미에 깔려 붕괴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목포의 기상 관측설비에 낙뢰가 발생하는 등 호남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랐다.
◇ 하루 강수량 부산 금정구 244.5㎜, 창원 242.5㎜
이날 오후 10시 현재 부산 금정구에는 244.5㎜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창원에도 242.5㎜의 비가 내렸다.
또 부산 북구 221.5㎜, 동래구 201㎜, 하동 148㎜, 사천 141㎜, 밀양 102.5㎜ 등 많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 시내버스 급류 휩쓸리는 등 부산·경남서 최소 5명 사망
이날 오후 2시 50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사동교 인근 덕곡천에서 시내버스(운전사 정모·55)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다리 난간에 걸렸다.
이 사고로 안모(19·여)양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운전사 정씨와 다른 승객들이 실종된 상태여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고 현장이 바다와 불과 500m 떨어진 곳이어서 실종자가 바다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크레인을 동원해 인양한 사고 버스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하고 있어 정확한 승객 숫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후 3시 15분께 동래구 우장춘로의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은 모두 숨졌다.
경찰은 금정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내린 빗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면서 이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오후 4시께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인근 경사로를 걷던 남모(60·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타고 내려오던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
경찰은 "길가던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20여 분간 수색한 끝에 차 밑에 깔려 숨진 남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경사진 길에 주차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넘어져 있는 남씨를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장면 일광면에서는 오후 4시 30분께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렸다. 승용차는 인근 논으로 밀렸고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3명 가운데 2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운전석 옆자리에 있던 홍모(53)씨는 숨졌다.
◇ 경로당 붕괴, 지하철 중단 등 산사태·침수에 속수무책
오후 2시 22분께 부산시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이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더미에 깔려 붕괴했다.
수백t의 흙더미가 순식간에 쏟아져 콘크리트로 된 경로당을 덮쳤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비슷한 시각 부산∼울산 고속도로 장안나들목 인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부산 방면 2개 차로가 통제됐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과 순천시 서면 등 4곳의 도로에서도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집중호우로 부산도시철도의 기능이 마비됐다.
이날 오후 2시 22분께부터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의 선로가 빗물에 잠겨 부산대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 북구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의 선로가 잠기는 바람에 구명역부터 금곡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도 중단됐다. 오후 4시 20분께는 금정구 도시철도 4호선 금사역이 침수돼 열차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1호선 열차 운행은 오후 5시 50분부터 재개됐고, 4호선도 금사역을 제외하고 오후 7시 55분부터 정상화됐다.
국철도 침수돼 오후 2시 30분께부터 부산시 기장군 기장역에서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오후 7시부터는 운행 중단 구간이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확대됐다.
코레일은 기장군 기장역과 월례역 사이 철로가 침수되는 바람에 자갈과 토사가 일부 유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부산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 1층이 침수됐다. 일부 학생들이 2·3층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도심 교통은 완전히 마비됐다.
중앙대로, 금곡대로, 안락교차로, 가야대로, 정관산업로 등 도심 주요 도로가 침수로 통제되면서 시민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갑자기 빗물이 도로 위로 차오르자 일부 운전자는 차량을 버리고 대피하기도 했다.
전남에서도 나주시 왕공면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 보닛까지 물이 차올라 운전자가 지붕 위로 대피했다가 구조되는 등 건물 침수 4건, 차량 20대, 도로 침수 32건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 원전, 기상관측 설비도 가동 중단
오후 3시 45분께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kW)가 폭우로 가동이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의 터빈을 가동하는 증기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취수펌프가 자동으로 멈춤에 따라 설비 안전을 위해 원전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폭우로 원전이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은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오전 10시 13분께 전남 목포시 연산동 목포기상대 지상기상관측시스템(ASOS)에 낙뢰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풍향, 풍속, 강수량 등 관측 자료 수신이 2시간 동안 중단됐다가 복구됐다.
목포기상대 측은 자료 수신에 차질을 빚었으나 시설물 파손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