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대규모 토지를 강제 점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2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스라엘의 서안 토지 수용 정책에 우려를 표시했다.
반 총장은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이번 대규모 토지 수용은 추가 정착촌 개발을 위한 길을 터 주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번 비판은 이스라엘군 당국이 서안의 베들레헴 인근 토지 400헥타르(약 120만 평)를 수용한다고 발표한 다음 나온 것이다. 에치온 유대인 정착촌과 예루살렘 사이에 있는 이 지역은 팔레스타인 마을 5개를 포함하고 있다.
반 총장은 또 정착촌 활동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존중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한 뒤 "정착촌 확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집트, 팔레스타인 당국도 이스라엘의 서안 토지 강제 점유를 비판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대해 오랫동안 명확히 반대해 왔다"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결정을 재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한 관리도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상 진척에 전혀 의지가 없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피스나우'는 "베들레헴 인근 지역은 매우 전략적인 곳"이라며 이스라엘이 정착촌 일부와 예루살렘 남부를 연결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당국의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50일간 공방 끝에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고 나서 며칠 뒤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이번 조치가 지난 6월 유대인 10대 3명이 납치·살해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인 나프탈리 베넷 경제장관은 이번 결정을 칭찬하며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가 아랍 테러리즘에 답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스라엘 중도좌파 성향의 치피 리브니 법무장관은 이 조치가 이스라엘의 안보에 해를 입히고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를 좁힐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압승하며 점령한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을 30년 넘게 건설해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 정착한 이스라엘인은 55만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