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올인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각료와 참모들 사이에서 혼선된 메시지가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IS 격퇴 작전의 '성격'은 물론이고 핵심 이슈인 지상군투입 문제를 놓고도 다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IS 대응을 위해 미국이 시도하는 국제 군사연합 전선에 대해 "적절한 방법이고 그것이 진실로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그러나 "만약 (군사연합 전선을 통한 대응이 적절하다는 게) 입증되지 못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 있다면, 나는 물론 대통령에게 가서 지상군 투입이 포함될 수도 있는 제안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습에 참여한 미군 조종사 격추 시 수색·구조 작전의 성공을 위해 지상군을 투입할 수도 있느냐는 제임스 인호프(공화·오클라호마) 의원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한마디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지상군 투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상군 투입 불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사작전을 강화하더라도 "지상군을 다시 (중동 전장에)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 10일 시리아로의 공습확대를 골자로 한 IS 격퇴 종합전략을 발표할 때도 '지상군 파병 불가'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뎀프시 합참의장의 발언에 대해 "향후 대통령에게 전술적 제안을 해야 할 수도 있는 미래 상황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상군 투입 문제를 둘러싼 이 같은 혼선은 오바마 대통령의 '절대 불가' 입장에도, IS를 완전히 섬멸하려면 결국 지상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현실론적 인식이 적지 않게 퍼져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뎀프시 합참의장이 지상군 파병 제안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미국 주도의 국제 군사연합 전선과 이라크·시리아 자체 병력의 합동작전이 효과가 없을 경우 미 지상군 투입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주에는 IS 격퇴 작전의 개념 규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전날 CNN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S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대(對) 테러 작전를 펴는 것"이라고 말했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나와 "지상군이 투입되는 게 아니어서 전쟁의 정의와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알 카에다 및 그 지부와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IS와 전쟁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케리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의 발언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자 백악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미 정가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IS 위협에 대한 진단 및 격퇴 대책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다만 대(對) 국민 메시지 전달과정에서 세밀하게 조율되지 않은 일부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혼선을 빚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