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청(FDA)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노인의 테스토스테론 약품 복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17일 (현지시간) 밝혔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는 대량으로 판매되는 테스토스테론 약품 설명서에 테스토스테론이 성욕 감퇴, 피로, 근육 소실 등 노화에 따른 현상을 막아주지 못한다고 적시해야 한다는 결의를 20대1로 채택했다.
또 자문위원회는 테스토스테론 약품의 경우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남성 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아진 남성에게만 FDA가 사용을 승인했다고 약품설명서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문가 자문위원인 조지아리젠트 병원 의사 마조리 필립스는 "현형 약품설명서는 명확하지 않아 오해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FDA는 최근 테스토스테론이 심장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하면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소집했다.
자문위원회는 심장병 및 혈전과 관계있다는 증거는 아직 확증되지는 않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장기 추적 연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FDA는 1950년대에 질병이나 부상 탓에 비정상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생식기능 저하증 환자에 대한 테스토스테론 주사요법을 승인했다.
그런데 승인 설명서가 모호하다 보니 제약회사가 단순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건강한 남성 수백만명에게도 이 약을 처방할 여지를 줬다.
앱비나 일라이릴리 같은 제약회사는 성기능 장애와 우울증 등 노인에게 흔한 증상을 모두 테스토스테론 결핍과 연관시켰다.
이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약품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해 테스토스테론 처방은 2010년보다 무려 58% 늘어난 480만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팔린 테스토스테론 약품은 22억 달러 어치에 이르렀다.
자문위원회는 이처럼 테스토스테론 약품 남용을 놔둘 근거가 없다는 견해이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 의과대학원 존 틸릭 박사는 "단순히 노령 때문에 생긴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에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혀 이롭지도 않고 임상적 안전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개 남성은 40세가 넘으면 자연스럽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하락이 기력이 떨어지거나 골밀도가 낮아지는 등 노화 현상과 연관된다는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FDA는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 권고를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 보건부 역시 지난 7월 테스토스테론이 심장마비, 혈전,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많다고 발표한 바 있어 어떤 식으로든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규제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