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대의 과학적 발견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하버드대 연구진의 우주급팽창(cosmic inflation) 증거 발견이 우주먼지로 의한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유럽우주기구(ESA) 플랑크 위성 연구진은 22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천문학 &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서 하버드 연구진이 중력파 흔적을 탐지했다고 밝힌 영역에 생각했던 것보다 우주먼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바이셉'(BICEP) 연구진이 지난 3월 남극 하늘에서 관측했다고 밝힌 '중력파'(Gravitational wave) 패턴이 초기우주 급팽창 흔적이 아니라 우주먼지에 의한 빛 산란 효과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이셉 연구진은 당시 남극에 있는 일종의 망원경인 '바이셉2'(BICEP2) 관측 장비로 우주 배경 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의 편광 상태를 분석, 초기 우주 급팽창의 흔적인 중력파 패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우주 급팽창은 빅뱅이 일어나고 10의 36제곱 분의 1초가 지난 뒤 우주가 갑자기 10의 24제곱 배 이상으로 급팽창했다는 이론으로 현 우주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과정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바이셉 연구진이 발견했다고 밝힌 중력파 패턴은 급팽창이 일어나면서 우주배경복사에 남긴 흔적으로 빅뱅 후 38만년께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바이셉 측의 발표는 학계에서 21세기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이후 프린스턴대 이론물리학연구소 폴 스타인하트 교수와 플랑크 위성 연구진 등이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엄중한 검증 노력이 이어졌다.
플랑크 위성 연구진의 이번 발표는 오류 가능성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논문에서 "이 결과는 하늘에서 먼지 발생이 가장 적은 영역에도 (우주를 보는) '깨끗한' 창문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연구는 하버드 측이 우주 신호를 전혀 측정하지 못했다는 게 아니라 두 연구가 다른 관측 기술과 신호 처리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측정된 신호 중 얼마만큼이 먼지 때문이고 얼마만큼이 중력파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이 결과는 플랑크 측과 바이셉 측이 공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바이셉 연구진이 최신 망원경인 케크 어레이(Keck Array)로 수개월째 수집 중인 관측자료를 함께 분석하기를 희망했다.
이에 따라 바이셉 연구진의 발표가 21세기 최대의 과학적 발견인지 아니면 오류인지는 공동 분석에서 밝혀지게 됐다. 양측은 모두 상대방의 관측 자료를 요청해 분석하고 있으며 연말께 그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