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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중증장애인 정책 개선보다는 위반 사항 처벌에 주력하면서 장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혼자는 거동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이 방문해 목욕을 돕고 청소와 빨래도 해주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장애인은 서비스 대가로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바우처' 즉, 사회서비스전자이용권(전자복지상품권)을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현행 바우처 제도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될 때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반드시 '대면'을 해야만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으로 인정한다.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받으려면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간 내내 중증장애인은 활동보조인과 집안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이 외출해 집을 비운 사이 활동보조인이 세탁이나 청소를 하고 바우처를 주고받으면 불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을 씻기거나 입히면서 다른 가사를 처리하기에는 시간 등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 역시 개인 약속이나 외부 일정이 있는 날 활동보조인이 세탁이나 청소를 모두 마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에 사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A 씨는 "구조적으로 바우처 부정 사용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한 사이 활동보조인이 밀린 청소나 빨래를 하면 '대면'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서비스에 포함해 바우처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런 게 불법이 되는 현행 바우처 제도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려는 중증장애인은 그 시간 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A 씨는 비판했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의 개인 차량을 이용했을 경우 유류비 등을 바우처로 계산해 지급하는 것도 복지부는 대표적인 부정 사례로 꼽고 있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에게 유류비를 충분히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은 "바우처 단말기가 고장 나 나중에 정산해도 부정 수급 취급을 받는다"며 "이 같은 현장의 모순을 복지부에 보고해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는커녕 바우처 불법 사용 처벌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복지부는 바우처 부정 사용이 확인되면 아예 활동지원서비스를 중단키로 하고 지난달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 절차를 완료했다.
개정안은 바우처를 부정 지급한 사회서비스 이용자는 최대 3년간 바우처 이용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서울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용기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정 수급이 적발되면 그 액수를 환수할 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며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을 제한하면 사실상 죽으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악성 부정 사용을 처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악성 부정 사용자를 적발해도 처벌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처벌 상한선을 정하려는 것"이라며 "실제 법 적용 과정에서 중증장애인에게까지 서비스를 제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복지부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용기 씨는 "'한 달 이상 입원하면 두 달째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언론에서 지적했더니 복지부는 개선은커녕 '새로운 부정 수급 사례'라며 오히려 단속만 강화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내용과 관계없이 고정된 일당을 사회서비스 시간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현행 제도에 있다"며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