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기업이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범죄에 대해 정부가 거의 묵인 수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OECD 국가 중 산재에 의한 사망자가 가장 많으면서, 재해 공식통계는 OECD의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앞 뒤 안 맞는' 수치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사업장을 감독해 산재발생 보고위반을 적발한 경우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적발건수의 9.88%에 불과했다.
이 중 2012년 사업장 감독을 통한 적발이 224건에 달해 가장 많았지만 상세내역을 확인해 보면 100건이 유성기업, 86건이 기아차 광주공장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장 감독은 한국타이어, 유성기업, 기아차 광주공장 3개 뿐이었다.
사업장 감독 말고 고용노동부가 산재은폐를 적발하는 방식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결정내역 자료를 받아 산재 미보고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적발이 이렇게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나마 이렇게 적발하는 것도 2011년 9월 개인정보보법이 시행되면서 2013년 6월까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지 못해 중단됐다. 부랴부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한 고용노동부는 자료를 받지 못한 기간 동안 6,131건의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자 명단을 일괄 통보받아 이중 3,866건을 조사 중이다.
이 가운데 산재은폐가 확인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만큼, 실제 사업장 감독을 통해 산재은폐를 적발하는 비중은 더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노동부가 조사처리 중에 있는 3천여 건을 산재은폐 적발로 볼 경우 사업장 감독을 통해 3.94% 수준으로 떨어진다.
산재은폐신고센터 활용을 통해 산재은폐를 적발하는 건수도 없어지다시피 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산재은폐 적발현황을 보면 총 415건에 이르고, 119 구급대 신고를 통한 것도 392건에 이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식으로 산재은폐를 적발하는 경우가 일년에 1-2건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신고센터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119 구급대와도 유기적인 공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산재은폐에 대한 처벌도 대부분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2009년 1,591건이 적발되었지만 1,545건이 경고조치만 받았고, 2010년 1,908건 중 경고조치가 1,875건, 2011년에는 456건 중 409건이었다.
2012년에는 1,242건 중 821건이 경고조치 되었고, 2013년에는 192건 중 55건이 경고조치를 받았다. 2011년 이후 산재은폐에 따른 사법조치 건수가 아예 없었다.
정부가 단순히 적극적인 감독이나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사실상 기업들의 산재 은폐를 묵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산재은폐 현황을 분석한 심상정 의원은 “산재은폐 문제는 산재사망율은 OECD 국가 중 1위지만 재해율은 OECD 국가 평균인 2.7%에도 못 미치는 0.7%에 불과한 기이한 수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산재를 은폐하는 기업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도와주고 있는 꼴"이라며 노동부가 실질적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