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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편의점 야간 알바생들의 절규

사건/사고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편의점 야간 알바생들의 절규

    안전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

     

    "돈 내놔"

    지난 10월 16일 늦은 저녁.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편의점에서 홀로 카운터를 보던 19살 김지영(가명) 양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다.

    캔커피를 카운터에 내려놓은 남성은 품 안에서 커터칼을 꺼내들었고, 김 양의 목에 겨누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김 양은 순간적으로 남자의 팔을 잡았지만 힘으로 강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강도는 반항하는 김 양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짓누른 채 계산대에 있던 현금 30만 원을 가지고 그대로 달아났다.

    일주일 뒤 범인 장모(30)씨가 경찰에 붙잡혔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금도 당시 끔찍했던 기억은 김 양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엄마가 그 얘기 듣고 우셨어요. 만약에 다쳤으면 어쩔 뻔 했냐고요. 저도 그 이후로 편의점 일은 무서워서 못하겠더라고요."

    24살의 신정민(가명.남)씨도 새벽 편의점에서 일을 하던 중 흉기를 든 강도에게 돈을 빼앗겼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일만이었다.

    지난달 23일 새벽 3시쯤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한 편의점에 들어선 이모(53)씨는 신 씨에게 '10만원만 주면 공손히 물러가겠다'는 쪽지와 함께 식칼을 내 보였다.

    신 씨는 손을 뻗어 신고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이 씨가 흉기로 위협하고 있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신 씨는 돈 10만원을 이 씨에게 건네고서야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혼자 있는 종업원을 위협해 돈을 빼앗는 편의점 강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편의점 강도가 늘면서 심야 시간 홀로 카운터를 지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실정이지만 뚜렷한 안전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3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는 모두 1만 9800개. 이 중 경찰의 긴급 신고 전화 '한달음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점포는 모두 1만 265개다.

    '한들음 서비스'란 수화기를 내려 놓고 7초가 지나면 인근 경찰서 상황실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긴급 신고 시스템이지만 실수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등 오작동이 많은데다 출동 시간도 오래 걸려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편의점 강도를 당했다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강도가 오자마자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결국 10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도착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포에서 새벽 시간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0)씨도 "아무리 남자라도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사실 무섭다"며 "시급 3천600원 받고 일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강도 위협까지 받으니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르바이트생 신분이다 보니 편의점 차원에서 실시하는 강도 대처 매뉴얼 등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운영되는데다 현금이 항상 있어 편의점이 범죄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이를 대비해 잔돈은 15~20만 원만 넣고 운영하라고 지침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주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 등을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일주일이나 한 달 하다 그만두기도 하고 채용은 점주가 직접 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아르바이트생까지 교육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달 강도에게 돈을 빼앗긴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사기에 대해서만 교육받았고 강도나 절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라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 강도는 점포 내부 CCTV 등을 확인하면 90% 이상 검거가 가능하다"며 "강도를 만났을 경우 반항하기보다는 요구하는대로 돈을 준 뒤 재빨리 경찰에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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