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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론' 못 피한 삼성 반도체, 연말 대규모 인적쇄신 나서나

기업/산업

    '겨울론' 못 피한 삼성 반도체, 연말 대규모 인적쇄신 나서나

    中, 범용D램 공급 확대되고 엔비디아 HBM 공급 늦어지며 '어닝쇼크'
    3분이 실적, 시장 전망치 크게 밑돌아…반도체 수장 이례적 사과
    "삼성 반도체, '총제적 난국' 판단…대대적인 조직개편 하겠다는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9조원대에 그쳤다. 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사업 경쟁력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진단이다.

    문제는 당장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단기적인 해결책보가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는데 올해 말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분기 영업익, 시장 기대 밑돌아…"내년 반도체 겨울 없고 삼성의 겨울"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천억원의 2024년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84% 줄어들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는 매출이 80조 9002조, 영업이익이 10조 7716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별 '성적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영업이익 악화의 원인이 반도체 사업에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설명 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Legacy) 제품 공급 증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 향(向)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범용 D램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위한 퀄(품질) 테스트가 지연되는 상황 등이 영향을 준 것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의 실적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파운드리에서만 연간 수조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려됐던 '반도체의 겨울'은 없지만 '삼성의 겨울'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칩인 블랙웰 공급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며 "반도체 겨울을 논하기에는 내년이 더 뜨거울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고 HBM3E시대에도 삼성전자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HBM과 D램 모두 어려움…"전영현, '반도체=총제적 난국' 진단"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 실적발표 이후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실적 부진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사업 수장은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천명하고 나섰다.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 직후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 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소통의 조직 문화 재건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전 부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기점으로 DS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적쇄신, 사업 재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전격 교체된 후 전면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HBM개발팀이 신설되는 등 '미세조정'만 이뤄진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DS부문장이 바뀐 후 곧바로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초창기에 섣부르게 손대지 않고 조직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손 대겠다는 의중을 보인다"며 "올 연말 이뤄질 쇄신은 전 부회장이 숙고해서 내놓은 그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전 부회장의 입장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삼성은 기술리더십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전 부회장이 취임 후 살펴보니 기술경쟁력도 흔들리고, 첨단 메모리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뺏기고, 파운드리는 고전하는 등 삼성의 핵심 역량이 흔들리는 등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삼성 내부가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발표하면 '메모리 반도체 1위'자리가 삼성에서 SK하이닉스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전 부회장이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며 "삼성이 연말에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는데 그때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 부회장 취임 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사업 재조정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은 전 부회장이 취임한 후 일관되게 가져온 메시지"며 "이번에 내놓은 입장문 역시 전 부회장이 취해온 입장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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