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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 정책 잇따라 삐걱대는 까닭

반도체법 '주 52시간제' 예외→무산
25만원 지원금 포기→민생 회복 소비쿠폰
李 "상황 바뀌었는데 안 바뀌는 게 바보"
숙고 거치기보다 '섣부른 정책 내놓는다'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 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다. 직접 정책토론회까지 열어 추진하려고 했던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적용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포기한다고 했다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추경안에 올라갔다.

'무늬만 우클릭'이라는 여당의 비판과 더불어 민주당 내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을 너무 빈번하게 꺼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론회 열며 의지 보였지만…노동계· 당내 반발로 '원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논의했지만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포함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적용하겠다고 직접 시사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노동계와 당내 반대 기류가 강해지면서 최종적으로 52시간제 적용을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산자위 민주당 간사 김원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은 특별법에 담을 문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등으로 풀어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는 순간, 이를 AI법 등에도 적용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사흘 만에 민주당은 이를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이름으로 추경안에 올렸다. 이는 이 대표가 폐지를 시사한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내용이었다. 당 정책위가 이 대표의 발언을 사흘 만에 뒤집은 꼴이 됐다.
 

'역공' 나선 李…'리더십 확보' 필요하단 지적 제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중도실용' 노선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에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 정책을 '우클릭' 했다고 비난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다"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쓰지 않는 건 바로 국민의힘"이라며 맞받았다.
 
이 대표는 오히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우클릭'을 했느니, 변화하느니 이야기하는데, 세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 변하지 않으면 그걸 바보라고 한다"며 에둘러 여당을 꼬집었다. 자신의 '우클릭'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역공을 펼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 방산·조선산업 토론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방문, 한국노총·민주노총 방문을 이어가면서 '경제' 관련 행보도 이어간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꺼낸 친기업·신성장 정책이 동력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서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대표가 숙고 과정을 거치기보다 '중도층 확보' 목적에서 정책들을 섣부르게 내놓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당이 입법적 보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원총회 과정을 거쳐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며 "친전,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총의가 마련된 뒤에 토론회 등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일단 의제를 부각시켜 주목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한 과제란 시각도 있다. 이 대표 측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되든 안 되든 강하게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합의점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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