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남편의 지나친 감시와 통제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을 묻는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원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김귀옥 부장판사)는 아내 박모(61·여)씨가 남편 김모(65)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재산분할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2000만원을, 재산분할로 1억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1972년 지인의 소개로 박씨를 만나 결혼한 김씨는 이듬해 지병으로 일하던 면사무소를 퇴직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낚시 등 소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생활비는 박씨가 야채장사를 하거나 김씨의 상속재산을 팔아 마련한 집의 월세로 조달했다.
김씨가 1980년부터 지하철공사에 근무하게 되면서 박씨와 자녀들은 서울로 상경했지만, 김씨는 정해진 시간에 밥상을 차리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가재도구를 부수거나 폭행하는 방식으로 박씨를 통제했다.
그나마도 2006년 김씨가 퇴직한 뒤에는 생활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이후 박씨는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하게 됐고, 이듬해 박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박씨는 미싱일을 하거나 손자 돌보는 일 등을 했지만 이로 인해 귀가시간이 늦어지면 김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9년 4월쯤 박씨가 과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보험금 200여만원을 받게 됐지만, 이 역시 김씨가 수령해 일부만 박씨의 치료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김씨가 유용했다.
박씨가 회복된 뒤에도 김씨는 모든 경제권을 장악해 박씨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고, 박씨의 귀가시간을 정한 뒤 이를 어기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박씨의 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참다못한 박씨는 2009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며 "부부는 이혼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카드빚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 한 점, 피고가 원고를 인격적으로 배려하고 대우해 줘야 함에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며 원고를 무시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