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정치 쟁점화한 가운데, 화두를 던진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법치 확립'이란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당 관계자는 28일 CBS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다뤄질 수도 있다. '이번주에는 지도부와 얘기를 나눠보겠다'는 게 김무성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당 지도부 개개인의 의견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당 지도부 차원의 공론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회의석상의 공개발언 으로 시작될지, 비공개 회의로 이뤄질지 공론화의 형식을 예단할 수 없지만 시작은 김 대표가 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가석방 논란이 시작된 것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힘을 합칠 기회를 기업인들에게 줘야 한다"던 김 대표의 24일 발언 때문이다. 이후 여권은 "기업인이라고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건 역차별"(최경환 경제부총리), "정부가 협의해온다면 야당과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이완구 원내대표) 등으로 호응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당내 긍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 기업문화의 특성상, 기업 오너가 아니면 경제살리기를 위한 결단을 내릴 사람이 없다. 형기나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는 걸 전제로, 경제회복에 이들을 활용하는 게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가석방론' 자체에 내재된 비논리성과 최근 '땅콩회항' 탓에 적대적으로 돌아선 국민여론이 걸림돌이다.
일단 비리 기업인을 '일찍 풀어줬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난 사례가 없다. 참여연대는 "이명박정부 시기인 2008년 광복절에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재벌총수 등 45명을 특별사면했고, 2009년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으로 특별사면했다. 이후 우리 경제가 좋아졌느냐"고 지적했다.
'기업인 역차별'도 성립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기준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이지만, 실제 가석방은 형기 70% 이상 복역자에 한해서만 실시돼왔다. 그런데 수감 중인 재벌 대다수가 이에 미달한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 중 형기 70% 이상을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여론도 차갑다. 최근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찬성한다'는 22%, '반대한다'는 3배인 58.1%로 조사됐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와 보수층에서도 반대 응답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계가 분명한 만큼, 여당 차원에서 기업인 가석방 드라이브가 걸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많은 의견수렴을 해본 뒤"라며 '조건부 동조'하고, 김재원 원내수석은 "가석방은 정치권이 하라마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 대표 역시 공론화는 하되 강행돌파까지 염두에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김 대표가 기업인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공론화에 나설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사실 발언 당일 김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요건이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원론적 필요성을 얘기했을 뿐이다. 이후 가석방론을 더 개진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필요성을 더 강조하더라도 원론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