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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세월호 1년…"안산에는 ○○가 필요해요"

    세월호 희생자 가족 1,029명, 충격의 증폭효과 컸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그 가족들에게 치유받기 힘든 고통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피해 중심지인 안산시에도 집단우울 등 직·간접적 상처를 깊이 남겼다. CBS노컷뉴스는 세월호 1주기 특집으로 지난주 세월호 가족의 생활실상을 보도해 드린데 이어 이번주에는 세월호 참사가 안산 지역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안산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현수막들

     

    지난달 16일 세월호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자는 안산의 한 부동산에 들어갔다가 2명의 주민과 맞닥뜨렸다.

    이런 저런 질문에 대해 그 가운데 한 명이 자꾸 기자에게 눈짓을 줬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다른 한명이 나간다. 그러자 눈짓을 줬던 아주머니가 기자에게 타박을 했다.

    옆 사람이 바로 세월호 유족이었던 거다.

    "제가 그렇게 눈치를 줬는데 못 알아들으시고… 유족들이 세월호 이야기 하는 거 싫어해요. 여기 근처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많아서 조심하셔야 돼요"

    이렇게 안산에는 어디가나 세월호의 상흔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안산시 통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낸 가구가 254가구다. 가족 구성원을 헤아리면 1,029명이나 된다.

    이들을 아는 친구, 이웃, 친척, 직장동료까지 합하면 1차적 연관자가 수만명으로 추산되고, 관계를 더 확장하면 거의 모든 안산시민들이 직·간접적 당사자가 되는 셈이다.

    안산온마음센터 최미정 사회복지사의 얘기다.

    "내가알던 사람이, 스치던 교회사람 아니면 잘 나가던 슈퍼마켓 딸,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연관돼) 가니까 이게 충격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증폭됐던 거죠."

    이 가운데는 관계의 깊이에 따라 가족 못지않은 충격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안산 복지관네트워크 '우리함께' 박성현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부동산 주인분이 이러더군요. 자기가 부동산을 그 자리에서만 20년을 했는데 이 아이들 애기 때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다 봤다고. 근데 4.16 지나서 한 달이 됐는데 안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아 걔가 죽었구나 느낀다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계속 보고 관계했던 사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흔들은 분명히 잊히든 잊혀지지 않든 여러 가지 형태로, 흉터로 남을 거라는 겁니다."

    이는 집단 트라우마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계속해서 박성현 국장의 얘기다.

    "나중에는 통장님들한테도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설사를 하거나 두통이 생기거나 잠을 잘 못 주무시거나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통장님들이 (지원활동을) 중단하셨어요… 사회복지 실무자들도 상처가 있는 거구요. 어떤 느낌이냐면 저희가 4월말부터 5월까지 상담할 때는 상대슬픔인데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어오는 느낌이었어요. 저희도 엉엉 울기 바뻤고…"

    이웃들 역시 주변의 희생자들에게 처음에는 어떻게 대할지 망막했다고 한다.

    다시 최미정 사회복지사의 증언이다.

    "당장 집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던 게 이웃을 그 희생자 부모를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인사를 안녕하세요 이렇게 얘기해야 될까? 아님 괜찮아요"라고 얘기를 해야할까 아니면 손을 잡아줄까? 정말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그렇게 쌓아 두고만 있었는데…"

    최미정 복지사는 또 다른 중학생의 이야기를 전했다.

    "국기가 자동차에 걸려 있었어다. 우리나라 국기가 아니라 영국국기 같았는데 '이 국기가 우리나라 같다'고 하데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 했더니 '국기가 많이 구겨져있고 비가 와서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마치 구겨지고 지저분해진 우리나라를 닮은 것 같다'고 했어요. 안산의 아이들로서 국민으로서 아픔을 가져가는 거 같아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단원고 재학생들에게 지난 1년은 어땠을까?

    단원고 주변에서 만난 2학년 학생들의 말이다.

    "학교 안보다 학교 밖의 시선이 힘들 때가 많아요. 학교에 많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힘들어요. 우리라고 해서, 저희가 활발해도 문제가 있는 거고, 우울해 있어도 그런 게 기사로 나가니 그런 게 싫어요." (A학생)

    "이제 그런 시선도 없어지고 잊혀져가잖아요. 시선은 딱히 불편하지는 않아요. 그런 시선조차 없어지니까 잊혀지는 거 잖아요. 그게 마음에 걸려요. 저희들은 또래니까 그래도 가다보면 교복 입은 친구들 많고 그런데 어른들은 연관되는 게 없어서인지 빨리 잊는 거 같아요. 그게 좀 서운해요…" (B학생)

    안산에서는 지난 1년간 세월호 참사의 경제적 영향을 들어 '이제 그만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때로는 이른바 민민(民民)갈등을 빚기도 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지역적 슬픔을 어떻게 치유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안산시 의회 나정숙 의원은 "지금 그런 참사를 겪고 난 이후에 힐링이나 이런 게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치유를 필요로 한 부분이 있다. 치유를 어떻게 할지가 앞으로 과제인데 저희 전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치유를 만들어야 하는 그런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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