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단원고 허다윤 양의 가족이 실종자 수습을 정부에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고등학교 입학 후 찍은, 학생증에 담긴 사진을 아이는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실물보다 얼굴이 크게 나오고 머리 스타일도 엉망"이라며 툴툴거리던 아들의 사진을 엄마는 노란 피켓에 담아 매일 오전 11시 광화문 네거리에 선다.
1년 전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떠 집을 나섰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남현철 군은 아직 엄마 박모 씨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하루빨리 아이를 데려다 따뜻한 곳에 눕히고 싶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인양 발표가 미뤄지면서 애가 탄다.
세월호 1주기를 엿새 앞둔 지난 10일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광화문 거리로 나선 박 씨는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해냈다.
"아이를 살려서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뼛조각이라도 만져보려는 건데, 정부가 이런 발버둥마저 외면하는 것 같아 서운하죠."
난치병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다윤 엄마 박은미 씨도 딸을 찾겠다는 생각에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씨는 다윤이의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아이를 잃은 현실이 1년이 지난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수학여행 가서 1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건데…저는 그냥 아이를 학교에 보낸 거예요. 세월호 속에 있을 다윤이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잊지 않겠다'는 목소리는 '이제 그만하라'는 핀잔으로 바뀌어가는 상황.
그러나 가족들은 아직 세월호에 남아있는 아이만 생각하면 멈출 수 없다.
한 실종자 가족은 "어떤 대학생은 그만하라고 하면서 혼잣말로 욕을 하고 가기도 했다"며 "그래도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시는 분들 덕에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세월호에 남겨진 실종자는 단원고의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교사, 그리고 일반인 탑승자 이명숙씨와, 권재권 권혁규 부자 등 모두 9명.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눈물처럼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며 유가족이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