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16일 오전 7시까지 ooo 역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한 달전에 있었던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이나 기침만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메르스 대유행 시기에 동원훈련을 통보받은 기자. 메르스 유행에 겁을 먹었던지, 군복을 입어 귀찮았던지 동원 버스를 타러가는 길이 썩 즐겁지만은 않았다.
16일 오전 7시 예비군들을 수송하기 위해 대기 중인 버스 앞, 담배를 피는 예비군들과 밤을 새고 왔는지 버스에 타자마자 기절해버리는 예비군까지… 약 180여명의 사람들이 3일간 다시 군대에 가기 위해 삼삼오오 모였다.
◇ '메르스 대비' 아침저녁으로 체온검사하는 軍
지난 5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입소하기 전 체온을 측정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총기 사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메르스 공포가 뒤덮은 예비군 훈련장. 나라의 부름을 받아 찾은 예비군 훈련장의 분위기는 개인적으로는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16일 오후 1시. 기자를 비롯 예비군 대원을 태운 버스 5대가 훈련장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오며 찌뿌둥했던 몸을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려는 순간 마스크를 쓴 현역 병사들이 버스 안으로 들이닥쳤다.
"선배님, 잠시 체온 측정하겠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공포가 군대에도 침범했는지 마스크를 착용한 현역 병사들은 예비군들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나눠줬다.
"설문을 작성해주시고, 해당 문항에 관련된 분은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설문에는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 외에도 '최근에 중동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까?',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거나 들렀던 병원들의 리스트를 주며, '해당되는 병원에 특정기간동안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질문이 포함돼있었다.
설문결과를 받아든 간부는 예비군 중 몇몇을 불러 군의관에게 보냈지만, 메르스에 연관된 사람은 없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모습에 갸우뚱하면서도 그저 빨리 몸을 누이고 싶어 빠르게 입소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훈련부대는 마지막 날까지 지속적인 체온측정과 몸상태 확인을 했는데, 예비군들은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서 하루에 두 번씩 찾아오는 이등병 계급의 의무병을 '꽂기병'이라며 "실례하겠습니다. 선배님"이라는 얘기를 듣기만 하면 자동으로 귀를 내줬다.
◇ 사격하는 내내 뒤에 있는 조교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 내 사고현장인 예비군사격장에 당시 모습이 보존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훈련장에는 메르스 걱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남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실탄 사격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동원 훈련 둘째날, 사격훈련이 있었다.
"작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격했는데, 이번에는 귀찮으니 사격하지 말아야겠다."
사격하기 원치 않는 예비군을 조사하는데 꽤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 겉으로는 웃으며 '귀찮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되는듯했다.
첫 조가 사격을 시작했다. 사격을 하는 예비군 뒤에는 조교가 1대 1로 붙어 있었다. 2014년에 훈련받았을 때는 부사수가 예비군 두 명당 한 명씩 붙어있었다. 또한 부사관 이상 간부들도 두 명당 한 명씩 붙어있었다. 분명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기자의 차례가 돼 사로에 들어서 총을 내려놓자, 조교가 총구를 고정하기 위해 쇠로 된 고리와 연결했다. 고리는 너트로 조여 빠르게 풀 수 없었고, 총구를 좌우로 돌릴 수 없었다. 어찌나 고정이 잘됐는지 총도 덜 흔들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