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문사회계 전공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더욱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인구론’, ‘문송’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점에, 문과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취업시장의 벽을 뚫을 수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총 4회에 걸쳐 취업을 앞둔 인문계 전공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 (윤성호기자)
"IT 산업의 일자리를 100이라고 본다면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20이고 소프트웨어(SW)가 80입니다. 그리고 이 80 가운데 20%는 코딩이고 나머지 80%는 상품 디자인인데, 이 분야가 바로 인문계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AIST 경영대 문송천 교수는 "상품 디자인은 물리학도 전자공학도 아닌 법과 논리의 세계"라며 "이공계보다는 인문계 출신이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인문계가 이공계보다 더 강점이 있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IT관련 직종 가운데 웹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컴퓨터 시스템 설계 전문가 등은 인문계 전공자들도 도전해볼만한 '인문계 친화직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는 필요한 인력보다 5108명가량(부족률 4.1%) 부족했고, 웹 전문가는 1378명(5.2%), 컴퓨터시스템설계 전문가는 871명(2.6%)정도 일자리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과 전공자들에게 이공계 지식에 대한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은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대학 4년 동안 인문계 관련 전공을 쌓고 또 관련 직종에 대해서만 생각해온 졸업예정자나 졸업생들에게는 심대한 도전이다.
상경계열 졸업 예정자인 김모(26.여)씨는 "이공계 쪽 교육이나 훈련 기회가 있다면 그쪽이 취업이 낫다고 하니까 관심은 생긴다"면서도 "이미 그동안 배운 것들이 있어서 전혀 새로운 분야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은 좀 막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게임회사 취직한 어문과 졸업생, "걱정말고 도전하세요"그러나 이공계 분야에 대한 문과생들의 도전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IT업계에서 인문계 관련 지식은 강점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청년취업아카데미 등 조금만 살펴보면 문과 전공자들을 위한 교육 훈련 기회도 적지 않다.
대학에서 브라질어를 전공하고 게임회사에 취직한 이광섭(26세)씨의 경험이 좋은 사례다.
이 씨는 졸업 전에는 높기만 한 취업문턱을 넘을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해왔다. 기업이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는 인문계 중에서도 어문계열 전공자를 채용하는 회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공계의 구인 정보가 인문계에 비해 넘쳐나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IT 분야 교육 훈련에 뛰어들었다. 이 씨는 "IT를 전혀 모르는 인문계 출신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IT 교육을 받고 이공계에 취업문을 두드려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운영한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 SW개발기반의 Big Data(빅 데이터) Intelligence 과정을 수료하고 넥슨코리아에 입사에 성공했다. 이 씨는 "빅데이터 과정을 수료한 것이 취업에 절대적인 요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이 씨는 "인문계 출신이라고 따로 차별을 받거나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없다"면서 "직무에 따라 평가를 받는 것이지 전공이 중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공계 공부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인문계생이 많은 데 후배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 문과 전공자 위한 이공계 기술 훈련 어디서 받나?IT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술교육을 받은 인문계 출신을 위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 시장에서 문-이과의 벽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과 전공자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무료 훈련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청년취업아카데미에서는 인문계 전공자들을 위한 교육과정 43개 중 11개가 정보통신(IT) 관련 과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