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가격이 시장가의 3배가 넘는 1조원이 제시되면서 거래무산을 염두에 둔 기획된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본격적인 매각협상에 나섰다.
금호산업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측은 27일부터 최근 금호산업 매각가로 채권단이 제시한 1조 218억원을 놓고 매각협상에 돌입, 오는 8월 15일까지 가부간 결판을 내기로 했다.
금호그룹 박 회장측은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먼저 최근 복수의 회계법인 실사 매각액이 프리미엄을 포한한 가격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채권단의 매각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매각가는 채권단의 최대 의결권 지분(14.7%)을 가진 미래에셋과 산업은행의 의중의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시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채권단의 금호산업 매각 추진일지를 보면 호반건설이 단독응찰에 참여해 6천억 여원을 써내자 금액이 낮다며 이를 백지화 하고 다시 복수의 회계 법인에 실사를 의뢰해 산출된 주당 가치가 3만1000원으로, 총 5천369억원 규모로 보고되었으나 이 역시 무시되었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 30∼40%를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7천억 원 수준을 예상했으나 채권단은 9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제안 당일 종가의 3배가 넘는 주당 5만9000원, 총 1조 218억원을 제시한 것이다.
채권단의 매각가격이 1조원대로 알려진 이후 매각주체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이 시중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을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한 이후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시장논리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반년동안의 진행과정을 보면 오락가락 행보로 허송세월 한 셈이 되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을이 갑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느냐, 멘붕상태다.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광주지역 상공인 A(65)씨는 “향토기업인 금호산업의 매각작업이 9부 능선을 넘어 이제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도 아닌 광주를 연고로 한 미래에셋이 앞장서서 1조원을 주장한데 대해 강한 분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B(60)씨도 “그럴 거면 채권단이 처음부터 매각가격을 결정해서 금호와 협상에 나설 일이지 호반건설도 들러리 선 셈”이라며 “가격흥정으로 온통 시끄럽게 해놓고 다시 내 맘대로 하겠다는 발상은 동네 복덕방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