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가 20대 총선 공천에서 청와대를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김 대표와 친박계간 미묘한 갈등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1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작심한 듯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선거구 획정, 오픈프라이머리, 의원정수, 권역별 비례제, 전국구, 석패율, 공천권 이런 부분들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한없이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쟁점이고 마치 새로 나온 것처럼, 개혁인 것처럼 얘기한다"면서 "선거 임박해서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검토할 틈도 없고 국민들 공감대 형성할 기회도 없는 그런 시점에 복잡한 문제들을 들고 나와 졸속으로 임시방편으로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현실이 이거 밖에 되지 않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에 최고, 최상인 것처럼 만들어봤자 또 그 다음 국회가 고치게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정수 확대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야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주를 이뤘지만 새누리당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도 비판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시선이 이 최고위원에게 쏠렸다.
이에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김 대표는 "누구를 겨냥한 발언이냐?"는 취지로 따져물었고 이 최고위원은 "야당이 얘기하는 권역별 비례대표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회의가 끝난 뒤 김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공개 회의 때 이정현 최고가 한 말이 '어디를 향한 발언이냐 분명히 해라' 하고 내가 얘기하니까 이 최고위원이 '오픈프라이머리 절대 아닙니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 지도부가 급하게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시킨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여야가 맞붙는 본선에 앞서 후보자를 선출하는 공천 과정에서 100% 일반국민들이 참여해 각 당의 후보자를 뽑는 제도로 대표적인 상향식 공천제도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역선택 우려가 있어 여야가 한날 한시에 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여야간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표방한 국민참여경선을 대안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됐든 국민참여경선이 됐든 두 제도 모두 특정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리 꽂는 전략공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당정치의 폐해로 지적됐던 계파 공천이나 권력자에 의한 공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잡음이 일 수밖에 없는 공천권을 굳이 행사하지 않고도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함으로써 이들을 차기 대선에 발판이 될 우호 세력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뒤 남은 집권기간 동안 국정운영의 안정을 위해 국회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할 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공천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이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친박계 원외 인사는 "총선 뒤에 집권기간이 1년 반이나 남는다"면서 "청와대를 도울 사람들이 국회에 있어야 4대 국정과제 등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