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375조 4,000억원)보다 3.0% 늘어난 386조 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전년대비 예산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지만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50조원 가량 많은 645조원대로 불어나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어서게 된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까지 넘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정부는 아직은 우리 재정 형편이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안이한 생각이다. 국가채무비율의 절대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상승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에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2년만에 다시 6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경제살리기를 한다면서 재정확대정책을 펴왔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세수는 늘지 않아 국가 채무만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재정을 적자로 꾸려가고 있는 것이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97년 IMF 외환위기를 넘기느라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2년에는 관리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임기 말인 2007년에는 흑자 재정을 만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키를 넘겼다.
이때는 쓰고 남은 세금, 즉 세계잉여금도 16조 5천억원이나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내 균형재정 달성을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임기말인 2012년 관리재정수지는 17조 4천억원 적자였다.
적자재정을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임기 내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는 3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는 GDP대비 40%를 넘어서게 됐고 관리재정수지는 40조원 넘게 적자가 발생해 균형재정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부진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은 줄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내수 역시 침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 세수가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박근혜 정권 이후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부족과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이 21% 늘어나고,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예산 비중은 31.8%로 사상 최고치다. 국방예산도 4.0% 증액됐다.
한마디로 일자리와 복지에 집중한 예산이다.
세수는 늘지 않는데 재정 지출만 늘리면서 GDP 대비 국가 빚이 매년 2%포인트씩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재정을 꾸려가기는 힘든 상황인 만큼 이제는 증세없는 복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복지지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적정한 증세와 복지 예산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다음 정권 나아가 후손들에게 빚 더미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