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롯데 청문회'를 연상케 했다. 방송사 카메라와 취재진의 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쏠렸고 의원들의 질의도 신 회장에게 대부분 집중됐다. 10대 그룹의 총수로서 첫 국감에 참석하는 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 신 회장은 공손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당초 신 회장의 한국어 실력에 대해 우려하는 그룹 내 목소리가 있었지만 신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도 한국어로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 회장은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끼쳐 드린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합니다"라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 "롯데는 한국 기업"…국적 논란에는 '단호'신 회장은 시종일관 공손하게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지만, 기업의 정체성 논란에서만큼은 단호한 목소리로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호텔롯데를 상장할 때 차익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 세금을 한국에 내지 않는다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신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용도 이뤄지고 한국에 세금도 낼 수 있지 않느냐"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롯데그룹도 즉각 자료를 내고 "호텔롯데 상장시 기존주주들이 상장차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25% 이상이면 한일조세조약에 따라 차익부분에 대한 세금을 한국정부에 납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롯데를 비롯한 모든 한국 롯데 계열사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 "2차 형제의 난, 가능성 없다"경영권 분쟁에 대해선 거듭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재발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의원들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분리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한일 롯데가 같이 가는게 시너지 효과도 크고 주주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한일 분리가 적절치 않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롯데 해외 계열사의 지분구조에 따르면 롯데 일본 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여전히 신 전 부회장이 지분을 통해 신 회장에 반격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광윤사는 신 회장 가족이 지분의 99.6%를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 상당, 신동빈 회장이 38.8%,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가 10%, 신격호 총괄회장이 0.72%를 보유했다.
신 회장은 이와 같은 경영권 분쟁의 재발을 막고 롯데그룹의 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내년 2분기까지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주식 매각)이 아닌 30~40%의 지분을 신주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상장 후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주주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고 일반 주주의 지분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자녀들의 경영 참여 계획에 대해선 "아버지로서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3명 모두 롯데와 관련된 회사에 있지 않다"면서 "본인이 우리 그룹에 들어올 생각이 있고 실적이 있다면 들어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롯데면세점은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도와달라"롯데면세점 재승인 건에 대해선 롯데그룹의 수장다운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12월 영업 특허가 끝나는 롯데면세점의 재승인을 염두에 둔 듯 여야 의원들에게 롯데가 지금까지 면세점에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