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 수능날 어른들 지켜봤을것
-미대진학 원한 예슬이, 이젠 친구들 기도해
-선장 살인죄는 다행, 나머지 선원은 불만족
-아직도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 갑갑할 따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종범 (세월호 희생자 박예슬 양의 아버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떠들썩했던 어제. 어제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남다른 하루였습니다. 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 있었다면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이기도 했고요. 또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대법원 재판이 열린 날이기도 합니다. 어제 유가족들은 250개 책가방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있었다는데요. 세월호 희생자 박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 씨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아버님, 나와 계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다시듣기]◆ 박종범>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버님도 어제 광화문 광장에 계셨다고요?
◆ 박종범> 네, 저도 어제 광화문 광장에 갔었습니다.
◇ 김현정> 그 주인 없이 놓인 250개 책가방 보면서, 예슬이 생각이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이 나셨을 것 같아요.
◆ 박종범> 네. 많이 났습니다. 음… 분향소를 지키면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저런 행사가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우리 아이들이 만약에 영혼이 있다면 거기에 와서 지켜보고 있었지 않을까 싶네요.
◇ 김현정> 아이들이 자기의 책가방을 보면서 아마 어른들과 부모님들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셨어요. 그야말로 주인 잃은 책가방. 그 예슬 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수능 얘기도 가끔 했었나요?
◆ 박종범> 가끔이 아니라 예슬이 같은 경우에는 수시로 갈 생각이 었어요.
◇ 김현정> 공부를 잘했어요, 예슬이가?
◆ 박종범>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자기의 특기가 있었으니까요.
◇ 김현정> 어떤 특기가 있었죠?
◆ 박종범> 예슬이는 그림 쪽에 많이 관심이 있었죠.
◇ 김현정> 예, 미술.
◆ 박종범> 자기가 본인이 가고자 하는 학교가 뚜렷하게 있었어요. 1차, 2차, 3차가.
◇ 김현정> 1차, 2차, 3차. 내가 어느 학교를 가겠다고 목표까지 정해놨었어요? 어디를요?
◆ 박종범> 좀 황당할지 모르시겠지만 서울대, 홍대, 이런 식으로 정해놨었어요. 그거는 어떻게 됐냐면 일단 목표를 크게 잡으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노력을 하라고 그랬죠. 물론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성적은 좋지 않았는데 2학년 올라가면서부터 이제 자기가 목표에 부응하게끔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주위에 또 얘기를 많이 했고.
◇ 김현정>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놓고서 미술 하고 공부 하고 그랬던 친구였으면 정말 어제가 부모님한테는 가슴이 더 아프셨을 것 같은데. 하늘에 있는 예슬이가 어제 친구들 수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한테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친구들 어제 한 70여 명이 시험을 봤잖아요? 살아 있었던 친구들, 배에서 나온 친구들인데요.
◆ 박종범> 글쎄요. 예슬이 생각을 제가 어떻게 얘기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같이 살아오면서 예슬이 성격이라든가 이런 걸 봤을 때 친구들이 시험을 잘 보게끔 아마 옆에서 기도했을 것이다, 생각이 돼요.
◇ 김현정> 마음이 예쁜 딸, 예슬이. 생각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셨을 어제. 그 예슬이를 위해서라도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벌 받을 사람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될 텐데. 어제 마침 대법원 재판이 있었죠.
◆ 박종범> 네.
◇ 김현정> 대법원이 3심, 최종심이었습니다. 이준석 선장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이 내려졌고 나머지 선원들은 유기치사죄로 7년부터 12년형까지 선고가 됐습니다. 이 결과 유가족들은 어제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 박종범> 음… 만족하지 못하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것처럼 돼버렸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박종범> 선장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살인죄가 적용이 됐어요.
◇ 김현정> 살인죄.
◆ 박종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해가지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정해졌어요. 그거까지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나머지 분들은 마음에 내키진 않죠.
◇ 김현정> 다른 선원들에 대한, 7년형부터 12년형까지는 좀 서운한 생각이 드시는 거군요. '이 정도 처벌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그래요. 재판 결과는 이렇게 나왔지만 유가족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확한 진상규명, 책임자를 가리는 문제일 텐데. 그 부분은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 박종범> 갑갑하죠. 아시는 분은 아실 거예요, 제자리걸음이에요. 정부는 덮으려고만 하잖아요. 묻으려고만 하고, 빨리 잊으려고만 하고. 그런 게 눈에 보이잖아요. 저희들 눈에는 보이죠.
◇ 김현정> 그래도 정부에서 유가족들을 위한 보상금 체계도 마련하고, 그 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제가 나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안 이루어졌습니까?
◆ 박종범> 무엇을 했습니까? 무엇을 해놨는데요? 말로만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혹시 계획을 세워놓고 뭔가 수립해가는, 완성은 아니어도, 진행해 가는 과정 그런 것도 아닙니까?
◆ 박종범>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규명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원인이 나와야지 그것에 대한 대책이 나올 것 아닙니까? 진실규명을 덮으려고 하면서 무엇을 한다는 거예요?
◇ 김현정> 지금 유가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뭔가, 그러니까 사고가 난 원인에 대한 규명인가, 구조 당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인가, 혹은 보상인가 어디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어디 부분이죠?
◆ 박종범> 진상규명이죠. 지금 결론만 가지고 얘기들을 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지막 재판에서 나왔듯이 거기서도 결론이 안 났어요,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요.
◇ 김현정> 아직도 사고 원인이 뭔가가 정확하게 결론이 안 났다고요?
◆ 박종범> 그렇죠. 세월호를 인양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 김현정> 정확한 최종결론은 인양을 해야 나오는 거다?
◆ 박종범> 그렇죠. 저희들이 모두가 알고 있는 과적, 급선회 이런 것들 있잖아요? 급선회에 대한 원인도 안 나와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인양작업은 지금 제대로 되고는 있습니까?
◆ 박종범> 인양작업은 국가에서는 제대로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죠. 지금 현재도요. 작업을 하고 있는 1마일 이내는 일반인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이러면 우리가 접근을 안 하겠죠.
◇ 김현정> 왜 막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유가족들은?
◆ 박종범> 글쎄요. 저희도 국가에 물어보고 싶어요. 왜 막고 있는지. 대답을 정확하게 안 해 주니까요.
◇ 김현정> 그 부분이 일단 갑갑하고. 그리고 인양이 제대로 되고 있는 의문스러운 상황이십니까, 그러면?
◆ 박종범>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뭔가가 불투명한 상황이 아닌가, 답답한 생각이 드는데요. 사고 1년 7개월 시간 지나면서 지금 국민들로부터 많이 잊힌 게 사실입니다. 이게 기회에 국민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죠,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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