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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뒤끝작렬] 진보적 핵무장론?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집권 여당발 핵무장 논의가 깜짝 선풍을 일으키고 소멸된 것은 참 아쉽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북의 핵에 맞서 자위권 차원의 평화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후론 입을 꼭 닫았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에서 핵무장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쐐기를 박았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인데 이렇게 빨리 사그러들 줄은 몰랐다.

    물론 핵무장론은 현실 가능성이 낮고 타당성도 작다. 핵확산금지조약(NPT)부터 탈퇴해야 하는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외교적 고립과 국제 제재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그 이전에 동북아 핵 확산 도미노를 우려하는 미국 등의 견제와 압력을 돌파해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한미동맹'에 거의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런 주장을 한 것도 의아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정치적 목적의 ‘단타매매’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가타부타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처럼 막중한 국가적 이슈를 꺼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를 논하기 전에 비겁함 자체다. 무엇보다 애석한 것은 핵무장이 마치 절대적 금기인 양 화들짝 놀라는 듯한 우리 사회의 태도다.

    비록 주변 4강에 둘러 싸여 있지만 우리는 10위권 국력을 가진 어엿한 중견국이다. 이 정도의 외교·안보적 상상력도 펼 수 없는 배짱이라면 과연 어떻게 주변국의 견제를 이겨내고 통일을 준비하고 실행할지 한숨이 나온다.

    차제에 핵무장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터부시되는 소국적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묻고 싶다.

    본래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보수·우파의 생래적 특성이라고 보면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번에 ‘진짜 보수’가 될 수 있었다. 한미동맹으로 북핵을 저지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자 핵무장 자주국방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10년 전 노무현 정권을 괴롭혔던 ‘자주와 동맹’의 프레임에서 본다면 원 원내대표는 자주를 택한 셈이 된다.

    자주가 왜 진보의 어젠다가 돼야 하고 동맹은 왜 보수의 신줏단지가 돼야 하는지는 복잡한 한국적 상황에서 연유할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국익을 위해서라면 미국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기개 있는 정치인의 탄생을 우리 사회가 기대할 때도 되지 않았나?

    사실 핵무장론이 꼭 보수의 의제만도 아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같은 경우는 “핵확산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한국이 자위 차원에서 핵무장을 하게 되면 대량살상무기 분야에서 북한과의 군사력 균형이 이루어지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발언권이 보다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또 현실성 여부에 대해 “만약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핵무장을 결정하거나 어느 한쪽이 먼저 결정하고 다른 한쪽이 곧바로 따라간다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조기에 종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름 구체적 전망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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