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세번째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복귀한 것은 물론 최고 요직에 임명됐다. 범죄 첩보를 다루는 이른바 '범정라인'에도 파견 검사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청와대에서 오자마자 너무 요직에 앉힌 것 아니냐"는 불만이 검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신규 임용 형식으로 복귀하는 꼼수 인사는 매번 되풀이돼 왔다. 지난 1997년 검찰청법이 개정돼 검사의 대통령비서실 직위 겸직이나 파견이 금지됐지만 '사표→청와대 파견→신규임용'이라는 형태로 파견이 반복되고 있다.
법망을 피해 청와대에서 일하다 복귀한 검사들은 곧바로 최고 요직에 앉았다.
우병우 민정수석 밑에서 일하던 권정훈 청와대 민정비서관(47·사법연수원 24기)이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임명된 것이 대표적이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그 기수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사람이 내정되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권 검사는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인 23기 선배들을 제치고 기수를 건너 뛰어 발탁됐다.
이영상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43·29기)은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범정1담당관은 각종 첩보,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역할로 대검 내에서도 중요 직책으로 꼽힌다. 박태호(43·32기), 박승환(39·32기) 행정관도 검사들이 선호하는 대검 검찰연구관과 서울서부지검 검사로 돌아왔다.
청와대 파견은 아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의 청문회 준비팀으로 차출돼 논란이 됐던 정수봉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장(49·25기)는 각종 정보를 쥐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임명됐다.
청와대 파견 검사들을 복귀 직후 요직에 앉힌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를 청와대에 파견하는 것이 직무상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돌아오자마자 범죄정보를 다루는 자리에 바로 앉히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검사도 "청와대 파견 검사들이 소위 말해 '잘 나가는 것'이 검찰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 조직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편법적인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파견검사를 영전시키는 과감한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내비치는 검사도 있었다.
한 검사는 "청와대 파견 검사들을 대놓고 챙겨주겠다는 것인데 이번 정권은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초반에는 청와대 복귀 검사를 수사라인을 제외하고 법무연수원이나 고등검찰 등에 배치했지만 이런 관행마저도 사라졌다. 지난 2014년 청와대에서 검찰로 복귀한 이중희(49 23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당시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에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