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검사는 수년 째 한직을 맴돌다 검찰 조직을 떠나고,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해 무리한 기소를 했던 검사는 오히려 영전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2016년 검찰의 현주소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맡아 2년 넘게 공판을 이끌어왔던 박형철(48·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검찰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박 부장검사의 사표 소식이 전해지자 상당수 검사들은 "인재를 잃었다"며 아쉬워했다. 법무부가 박 부장검사를 끝내 복권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착잡함을 내비치는 검사들도 있었다.
박 부장검사의 사표 소식을 접한 한 후배 검사는 "그동안 심적으로 힘드셨을 것이다. 나라도 이번 인사에서 또다시 좌천이 됐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후배 검사는 "솔직히 이번 인사에서 박 부장검사만큼은 일선 수사 라인으로 복권이 될 줄 알았다. 윤석열 팀장에 이어 부팀장까지 또다시 좌천시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안타깝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박 부장검사가 급하게 사퇴를 결심한 것은 법무부가 이번 인사에서 또다시 부산고검으로 인사를 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박 부장검사는 주변에 "자녀들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고, 가족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인사가 나고 많이 괴로워 하는 것을 지켜봤다. 직후에 결심을 하신 것 같다"며 "앞으로 공판 준비는 더 힘들게 됐지만 막바지인만큼 남은 인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검사는 대검 공안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 등을 지내는 등 그 기수의 에이스 공안통으로 2013년 4월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부팀장을 맡았다.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다가 우여곡절 끝에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윤석열(56· 23기)팀장이 직무에 배제되면서 검찰 조직 내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박 부장검사는 윤 팀장과 함께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그해 10월 징계를 받았으며, 이듬해 인사에서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이후에도 박 부장검사는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2년 넘게 열정적으로 원 전 원장의 공소 유지에 힘써왔지만 끝내 복권이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