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합의는 사실상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이번 합의는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와 현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28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뒤 이례적으로 ‘합의 수용’을 당부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이번 합의는 피해자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금년에만 아홉 분이 타계하시어 이제 마흔 여섯 분만 생존해 계시는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 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첫째, 이번 협상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는 것, 둘째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해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로 이번 협상 결과를 평가하면서 ‘합의 수용’을 당부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박 대통령의 결심에 의해 이번 협상이 타결됐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협상의 최종 결정만이 아니라 그동안 한일 간에 이뤄진 협상 과정을 사실상 지휘해왔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한일간에 국장급 협의가 이뤄질 때마다 보고를 받은 뒤 지침을 내렸고,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에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는 주일 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과 일본 아베 총리의 책사로 통하는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간의 라인도 물밑 가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기자의 명예훼손 무죄 판결, 강제징용 헌법소원 각하 결정 등도 일본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결단을 내린 데는 사실 한미동맹과 대일 경제 의존도 등 다른 요인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 양국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한미일 3각 동맹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일 양국에 협상 타결을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은 일본이 미국 조야에 유포시킨 ‘한국의 대중 경사론’과 맞물려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아무튼 위안부 문제의 타결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한 ‘연내 타결’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고, 앞으로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며 말 그대로 정상화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에 맞선 한미일 3국공조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가장 큰 관건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시민사회 단체 등 국민 여론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과거 사사에 안보다는 진일보했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 측면에서 미흡함이 있는데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임을 확인해줬고, 특히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과 관련한 일본 측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위안부 합의가 앞으로 최종 마무리되는 수순까지 가는 데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