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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공약 '초등돌봄'도 뇌관…누리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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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통령 공약 '초등돌봄'도 뇌관…누리 전철 밟나

    정부, 예산은 2년째 안 주고…"저출산 해소 위해 대폭 확대"

     

    누리과정 '떠넘기기' 논란 속에 박근혜 대통령의 또다른 핵심 공약인 '초등 돌봄교실' 사업도 '제2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최근 이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2년째 지원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도 교육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29일 확대 당정협의를 열어, 초등 돌봄교실 수용인원을 2만명 추가로 늘리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엔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부측 인사들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인사들이 참석한다.

    당내 저출산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지난 22일 제5차 당정협의 직후 "초등 돌봄 서비스를 확충하고 3학년 이상은 학년 특성에 맞는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과 연계해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준식 장관도 "돌봄이 꼭 필요한 1~2학년 가정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2만명을 추가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확대 당정협의에서도 별다른 이견없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의 공약사업인데도, 예산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그 부담만 시도 교육청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의 초등학생들을 정규수업 이후에도 학교에서 돌봐주는 복지 제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1번 타자'로 실린 핵심 공약이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2004년부터 시범운영돼온 것을 박 대통령이 '희망하는 모두'로 대상을 확대해 공약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2년 "초등학교에서 온종일 학교를 운영하겠다"며 "방과후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희망하는 초등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오후 5시까지 급식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맞벌이 가정 등 추가적인 돌봄을 희망하는 경우엔 오후 10시까지 독서나 숙제 보조 같은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방과후학교 무상지원 예산 및 돌봄교실 무상지원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재정 지원 공약도 함께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는 도입 첫 해인 지난 2014년에만 시설비 명목으로 1008억원의 국비를 지원했을 뿐, 지난해와 올해는 단 1원도 국고 지원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예산엔 교육부가 요청한 6600억원을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해버렸고, 올해 예산에도 역시 반영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희망자 모두'에게 지원하겠다던 사업은 '방과후학교 연계', '맞춤형 돌봄' 식의 단서가 붙으며 대폭 축소됐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이 '소득 하위 70%'로 대폭 후퇴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경우 오후 5시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한 초등학생은 경기도 5만 5854명, 서울 3만 1791명 등 23만 9798명이다. 오후 10시까지 '저녁돌봄'을 받은 학생도 1만 6248명에 이른다.

    박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희망자'는 넘쳐나는데 예산 부족으로 '공급'이 딸리다보니, 학기초마다 추첨에서 탈락한 학부모들이 울상짓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경우 시도 교육청들이 편성한 초등돌봄교실 예산은 인건비 포함해 3922억원으로, 지난해의 3515억원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교육청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보통교부금'에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돌봄교실 연간 운영비를 기존 1실당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0% 증액했다"고 강조했지만, 소요 비용에 대해선 "관련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결국 해당 사업 확대에 따른 추가 소요비용도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있는 교육교부금에서 떼내어 감당하란 얘기다. 시도교육감협의회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의 공약사업이지만, 예산은 지원하지 않은 채 생색만 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이 "현재 고시로 지원하는 초등돌봄 서비스를 초등교육법 개정 등을 통해 법률로 뒷받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누리과정 예산을 시행령에만 '의무지출경비'로 규정해 상위법 위배 논란을 자초했던 만큼, 시행규칙에만 명시된 초등돌봄교실 역시 모법(母法)에 못박으려 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선 초등돌봄교실 예산을 놓고도 누리과정과 비슷한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당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0일 초등돌봄교실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이 대통령 공약이라 시행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37억원의 자체 예산으로 이 사업을 꾸려가야 할 판이다.{RELNEWS:right}

    이 교육감은 "헌법 제31조와 지방자치법 제122조, 지방교육자치법 제20조에 근거해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교육의 국가·자치사무 구분에 관해 법률 검토를 포함한 조사 및 정책연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이나 초등돌봄교실 같은 '국가위임사무'는 대신 사무를 처리해주는 것인만큼 그 경비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게 상식이자, 적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초중학교 사업이 국가위임사무인데, 이들 공약사업만 문제삼는 건 논리적 모순 아니냐"면서도 "만약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처할) 방법은 사실 없다"고 난감해했다.

    결국 재정방안도, 증세도 없는 무책임한 공약들이 국민적 불신과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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